SK 2인자 최창원의 반성문, 쇄신 고삐 당긴다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 2024-04-25 05:00:52

계열사 CEO 20여명 소집해 그룹 포트폴리오 재편 논의
SK케미칼·SK가스서 보여준 기획·재무 전문성 발휘 기대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그는 지난 23일 SK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의를 주재하며 주요 계열사 CEO들에게 솔선수범과 전열 재정비를 당부했다. 사진=뉴시스

[CWN 소미연 기자] "환경 변화를 미리 읽고 계획을 정비하는 것은 일상적 경영활동으로 당연한 일인데, 미리 잘 대비한 사업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영역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고경영자(CEO)들이 먼저 겸손하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미래 성장에 필요한 과제들을 잘 수행해 나가야 한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자성론이다. 일부 사업의 부진으로 그룹 전반에 위기감이 커진 데 대한 반성이자 내부 성찰을 통한 전열 재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연말 단행된 정기 임원인사에서 조대식 전 의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뒤 경쟁력 강화, 효율성 제고를 목표로 그룹의 사업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수펙스추구협의회 논의 내용을 SK가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 고유의 SKMS(SK Management System) 경영철학과 '따로 또 같이' 문화에 기반한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다. 사실상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조직을 이끄는 의장은 그룹 2인자로 불린다. 협의회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주요 계열사 CEO들은 매월 1회 모여 그룹 내 현안 등을 논의한다. 이달 회의는 지난 23일 최 의장의 주재로 열렸다. 한자리에 모인 CEO 20여명은 그룹 내 각 사업을 점검 및 최적화하는 '리밸런싱(Rebalancing)' 작업의 신속한 추진을 다짐했다.

SK의 고강도 쇄신이 예고되면서 최 의장의 역할과 책임도 커질 전망이다. 앞서 최 의장은 24년 만에 '토요 사장단 회의'를 부활시키며 한 달에 두 번씩 계열사 CEO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느슨해진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비공개 원칙에 따라 회의 내용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 의장이 쇄신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됐다.

최 의장에게 중책을 맡긴 최태원 SK 회장의 기대 역시 큰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사촌지간이다. 최 의장은 고(故) 최종건 SK 창업주의 셋째 아들이고, 최 회장은 창업주 별세 이후 그룹을 이어받은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장남이다. 분쟁 없이 '따로 또 같이' 경영을 해온 상황에서 최 회장이 사촌 동생인 최 의장을 그룹으로 이끌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최 회장이 그룹 쇄신에 '믿을맨'을 기용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최 의장은 기획·재무 전문성을 바탕으로 신규 사업 발굴, 사업 재편에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SK케미칼의 섬유 부문을 정리하고 신약·바이오 신사업을 확대해 백신전문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한 사람이 바로 그다. SK가스에선 액화석유가스(LPG) 외 액화천연가스(LNG)로 사업 분야를 넓혀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독립 기반도 스스로 구축했다. SK케미칼 보유 지분율을 10년에 걸쳐 1%에서 18%대로 끌어올리며 지주사 체제 전환을 이뤘다.

최 의장은 1994년 선경인더스트리(SK케미칼 전신) 경영기획실 과장으로 입사해 2007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후 2011년부터 2021년 3월까지 SK가스 대표이사를 지냈다. 현재 그룹 내 중간 지주사인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로 △SK케미칼 △SK가스 △SK D&D △SK플라즈마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을 지배하고 있다.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에서 분할한 존속법인으로 SK그룹과 별개 회사다. 사실상 분할 경영이다. 따라서 갈 길 바쁜 최 의장을 그룹으로 불러들였다는 것은 최 회장의 위기의식을 방증한다.

최 의장은 "선명한 목표와 구체적 계획을 세워 치열하게 실행하면 더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며 "사업 경쟁력과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 주주, 구성원 등 이해관계자 기대에 부응하는 더 단단한 SK를 만들어 나가자"고 독려했다. CEO들은 앞으로 합리적인 밸류업 방안 도출을 지속 논의하고, 포트폴리오 최적화와 함께 미래 먹거리 발굴, 기술 경쟁력 우위 확보 등에 더욱 매진하기로 했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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