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외 대학 입시 현장, 온라인 입학시험서 부정행위 성행…원격 시험 감독 툴은 무용지물
박채원
desk@codingworldnews.com | 2022-12-20 18:13:13
미국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유학생은 노트북을 켜고 시험 감독 카메라의 감시를 받는 상태에서 토플(Toefl), GRE 등과 같은 시험을 치러야 한다. 듣기 평가가 진행될 때는 많은 학생이 대화 내용에 집중하고는 답을 찾는다. 듣기 평가 이후 이어지는 작문 평가가 시작되면서 팔을 분주하게 움직이며 키보드로 타자를 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학생이 팔을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키보드 입력으로 답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은 화면을 보지도 않는다. 중국의 해외 대학 입학시험 부정행위 현장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해외 테크 매체 레스트 오브 월드는 미국 대학 진학 전 비대면 영어 평가 단계에서 많은 중국인 유학생이 대리 시험자를 채용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매년 수십만 명이 해외 대학 입학시험을 치른다. 열심히 공부하여 시험에 통과하는 학생도 많지만, 외부 전문가의 대리 시험에 의존하는 부정행위도 적지 않다.
시험지를 미리 유출하여 학생이 답을 외우는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대리 시험자가 시험 시간 내내 학생 옆에 앉아서 답을 대신 작성하는 사례도 많다. 작문 시험을 치를 때는 학생 옆에서 무선 키보드로 답을 작성한다. 말하기 평가 도중에는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에 답을 작성하고는 학생이 답을 읽도록 한다.
만약, 학생이 영어를 구사할 수 없다면, 대리 시험자가 카메라 시야 바깥에서 답을 대신 말하고, 학생은 답에 따라 입을 움직이기만 한다. 혹은 대리 시험자가 학생과 같은 옷차림을 하고는 노트북 앞에 앉아서 바로 시험에 응시하기도 한다.
이른바 해외 대학 입시 코치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일반적인 개인 교습과 성적 학습 지도부터 원격 입학시험 시스템을 악용한 대리 시험까지 지원한다. 학습 지도부터 대리 시험, 해외 명문 대학 입학까지 보장하는 해외 대학 입시 코치 채용 비용은 수천 달러 수준이다.
혹은 해외 대학 입시 준비생 사이에서 원격 접근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대리 시험 기관을 찾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기관은 원격 접근 소프트웨어로 시험 도중 학생에게 스크립트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답을 알려준다. 대리 시험 기관을 통한 입시 의뢰 비용은 평균 1,678달러로, 1대 1 해외 대학 입시 코치보다 대리 시험 비용이 저렴한 편이다.
해외 대학 입시 코치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학생에게 접근한다. 어느 한 사용자가 자신의 토플이나 GRE 시험공부 관련 게시글을 올리면, 해외 대학 입시 준비 기관 관계자를 자처하는 이들의 점수 보장 및 대리 시험 유혹 메시지가 쇄도한다.
대리 시험을 선택하는 학생 모두가 영어 실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학생의 입학시험을 대신 치른 경험이 있는 중국의 해외 대학 입시 코치 토니 왕(Tony Wang)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실력대로 시험을 치러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으나 더 높은 점수를 확실히 받고자 대리 시험을 의뢰하는 학생이 많다”라고 말했다. 왕의 대리 시험 덕분에 미국 상위 30위권에 이름을 올린 대학에 입학한 학생도 여럿 있다.
대리 시험은 특히 코로나 시대에 성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체는 코로나 시대에 부정행위로 국제 시험에 응시한 중국 학생 수가 1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했다. 덩달아 코로나 시기의 부정행위 적발 사례도 증가했다. 뉴저지 소재 토플, GRE 시험 주관 기관인 ETS는 회계연도 2021년, 부정행위로 토플과 GRE 점수가 취소된 사례가 200%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정행위를 근절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왕은 1년간 시험 응시를 금지하는 ETS의 처벌이 최악의 처벌이라고 지적했다. 처음 부정행위가 적발된 이들 대부분 두 번째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할 때 원격 시험 감독 소프트웨어에 적발되지 않고 해외 대학에 합격하기 때문이다. 왕은 “학생이 너무 멍청하지만 않다면, 사실상 원격 시험 소프트웨어로 부정행위가 적발될 일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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