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 이통3사 경쟁 유발?…통신비 절감효과는 "글쎄"
지난
qaz@cwn.kr | 2024-01-24 05:00:00
통신업계에 마케팅 경쟁 일으켜 가계 통신비 절감 노려
최대 실적 냈던 SKT·KT·LGU+ 마케팅 비용 투자할지 관심
10년 전과 소비형태 달라 통신비 영향 없을 것이란 지적도
[CWN 지난 기자] 정부가 ‘단말기유통법’ 폐지안을 발표하자 이동통신업계는 득실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는 단통법 폐지로 통신사간 자유경쟁을 유도해 통신비 부담을 낮출 기대를 보인 반면, 업계 안팎에선 통신비 절감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통법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을 줄여 부르는 단어다. 법은 통신사가 휴대폰 구매자에 지원하는 금액의 상한선을 정하고 이를 공시하도록 했다. 이는 10년 전 불법보조금이 성행하고 과도한 경쟁이 일어났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시행 10년간 단통법은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의 공정한 경쟁을 방해한다는 점이 그렇다. 10년 사이 중소 휴대폰 제조사가 몰락한 이유를 단통법에 따른 경쟁 둔화로 보는 시선도 있다.
◇ 윤 대통령 “마케팅 경쟁 활성화로 휴대폰 가격 인하하도록”
정부가 단통법 전면 폐지를 꺼내든 건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 22일 윤석열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단통법 폐지 이전이라도 사업자 간 마케팅 경쟁 활성화를 통해 단말기 가격이 실질적으로 인하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라”고 말했다.
통신 3사가 지난해 최대 실적에 오르면서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은 역으로 힘을 받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 추정치는 4조5064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통신 3사가 그간 막대한 수익을 얻은 만큼 통신비 절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통법이 폐지되면 휴대폰 대리점으로 불리는 유통·판매업계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꾸준히 단통법 폐지를 주장해 왔다. 대리점간 보조금 경쟁이 이뤄지지 못해 손님이 급감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단 SKT,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단통법 시행으로 수익 안정화를 맞이한 3사는 단통법 폐지 시 마케팅 비용 증가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단통법이 폐지되면 통신사간 보조금 경쟁으로 소비자가 구매하는 휴대폰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휴대폰 판매 활성화를 기대할 만하다.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애플 등도 휴대폰 판매가 활성화되면 혜택을 보는 기업이다.
◇ 통신비 절감효과 있을까…회의적 시각 존재
연장선상으로 업계에선 단통법과 통신비 절감 효과의 상관관계를 놓고 시각이 엇갈린다. 일부는 정부의 주장대로 단통법이 폐지되면 소비자는 휴대폰을 저렴하게 구매해 통신비 절감 효과를 얻는다고 보고 있다. 단 일각에선 단통법이 폐지돼도 통신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회의적인 이들은 소비자의 휴대폰 구매 트렌드가 10년 전과 바뀐 점을 지적한다. 최근 휴대폰 소비 트렌트는 통신사를 이동하지 않고 자급제와 중고폰을 구매하는 것이다. 또 대리점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통신사 고객이 ‘선택약정’을 주로 이용한다는 점도 단통법 폐지에 회의적인 시각을 더한다. 게다가 스마트폰 제조사가 삼성전자와 애플로 단순화됐고, 이들이 내놓는 신규 스마트폰의 성능 차이가 크지 않다. 소비자의 휴대폰 구매 욕구가 10년 전보다 덜한 셈이다.
통신비 절감 효과와 별개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문제도 제기된다. 단통법이 없으면 소비자는 보조금이 많은 곳을 찾아야 하고, 정보력 차이로 인해 같은 휴대폰도 구매 금액이 달라진다. 이러한 상황으로 소비자 간 역차별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
단통법을 폐지하기 위해선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회는 총선이 다가오면서 당장 법안처리가 어려운 상태다. 단통법 폐지 논의는 다음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CWN 지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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