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에 흔들린 정유업계, 돌파구는 윤활유?
김정후
kjh2715c@cwn.kr | 2024-02-10 14:00:00
HD현대는 북미 시장에 윤활유 공급 나서기도
[CWN 김정후 기자] 지난해 본업이 흔들렸던 정유업계가 윤활유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유가 하락·정제 마진 감소 등으로 지난해 부진을 겪은 정유업계가 윤활유에서 한숨 돌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윤활유 사업으로 997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6.9% 감소한 수치지만 과거 10%대였던 실적 비중을 두배 이상 끌어올렸다. 정유부문의 영업이익이 8109억원으로 전년 대비 76.1%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S-OIL(에쓰오일)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정유부문이 2657억원의 적자를 봤지만 윤활유부문에서 226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사업부문별 영업이익도 8157억원을 기록하며 3991억원을 낸 정유부문의 두배를 넘어섰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지난해 4분기 정유부문에서 영업손실 729억원을 기록했지만 윤활유부문은 347억원 흑자를 냈다. GS는 아직 지난해 실적이 발표되지 않았으나 마찬가지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윤활유 선전의 원인을 정유부문 부진에 영향을 미친 유가 하락에서 찾고 있다. 윤활유는 정유보다 유가로 인한 가격 등락이 덜해 오히려 흔들리지 않았다는 논리다. 이에 기업들은 이 윤활유에 주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는 최근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냉각용 특수 윤활유 개발에 나섰다. SK엔무브는 냉매를 개발하고 현대차는 냉매가 적용된 차량 열관리 시스템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전기차 윤활유에도 힘쓴다. SK엔무브는 지난해 윤활유 브랜드 지크(ZIC)의 전기차용 제품 라인 ZIC e-FLO를 출시한 바 있다.
에쓰오일과 GS칼텍스도 전기차 윤활유를 시장에 내놓았다. 에쓰오일은 전기차 전용 윤활유 ‘에쓰오일 세븐EV’를 출시한 바 있다. GS칼텍스는 전기차용 ‘킥스 EV’와 하이브리드카 전용 ‘킥스 하이브리드’ 등을 선보였다. 시장조사업체 BIS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윤활유 시장은 오는 2031년 23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도 약 29%일 것으로 보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말부터 HD현대사이트솔루션에 윤활유 ‘엑스티어’를 공급하며 북미 시장에 진출했다. 공급량은 유압유, 미션오일 등 연간 25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 규모다. HD현대오일뱅크는 북미 시장은 세계 1위 윤활유 수요 지역임에도 국내 제조사 점유율이 매우 낮아 이번 진출이 글로벌 차량용 윤활유 시장 확대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 설명했다.
CWN 김정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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