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화 시대' 포스코 새판 짠다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 2024-03-22 05:00:39

취임 첫날부터 '소통' 강조된 행보…'100일 현장동행' 후 혁신안 발표
새 비전 '미래를 여는 소재, 초일류를 향한 혁신'…7대 혁신과제 제시

[CWN 소미연 기자] "제철보국의 이념은 '미래를 여는 소재'로 승화되고, 창업세대의 도전정신은 '초일류를 향한 혁신'으로 발전되어 갈 것이다."

5년8개월만이다. 포스코그룹이 새 수장을 맞았다. 얼굴 교체로 변화의 바람을 불렀지만 정작 출발선에서 무게를 둔 것은 안정이었다. 전임 회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친환경 미래소재 사업에 대한 변함없는 투자 의지를 확인하며 기존 사업인 철강과 함께 쌍두마차로 삼을 계획이다. 때문에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도 각 분야 내부 전문가를 재배치하며 조직 정비에 힘써왔다. 사령탑은 정통 철강맨 장인화 회장이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21일 공식 취임했다. 이날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거쳐 선임 절차를 마무리지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장 회장은 21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개최된 포스코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 이사회를 거쳐 포스코그룹 제10대 대표이사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취임 첫날부터 바쁜 행보를 보였다. 기자간담회를 열어 출입기자들과 만났고, 포항 본사로 이동해 취임식을 가졌다. 포항 방문을 시작으로 100일간 그룹의 주요 사업장을 직접 돌며 현장과 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기로 했다. 이 같은 소통 경영은 장 회장이 새 핵심가치로 꼽은 '신뢰'의 중심축이다.

장 회장은 "새로운 출발을 앞둔 포스코그룹에 가장 필요한 것은 신뢰라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지지와 신뢰를 바탕으로 '글로벌 초일류 기업, 포스코'를 반드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투명·공정한 거버넌스 혁신, 이해관계자가 수긍하는 윤리경영 실천, 원칙·신뢰에 기반한 지역사회와의 상생이 대전환 시기에서 포스코그룹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과제라고 판단했다.

새 비전은 '미래를 여는 소재, 초일류를 향한 혁신'이다. 비전 달성을 위한 세 가지 전략으로 △미래기술 기반의 초격차 비즈니스 선도 △함께 성장하는 역동적 기업문화 구현 △신뢰받는 ESG 경영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장 회장은 "철강 사업의 초격차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이차전지소재 사업은 시장가치에 부합하는 본원 경쟁력을 갖춰 확실한 성장엔진으로 육성하겠다. 사업회사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겠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단순 철강기업이 아니다. 지난 10여년간 노력해온 이차전지소재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 국가 경제에서 포스코가 소재 부문을 책임지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된다. 장 회장은 전임 회장의 경영이념인 '기업시민' 취지에 동의를 표하면서 "'국민기업 포스코'는 얻기 힘든 큰 영예이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포스코가 해야 할 일을 열심히 찾아 성실히 수행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장인화 회장이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향후 과제와 비전을 설명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장 회장은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았다. 철강업은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고, 이차전지소재의 경우 신사업이 흔히 겪는 캐즘 현상의 초기에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위기의 순간에 원가를 낮추는 등 경쟁력을 키워 놓으면 경기가 되살아났을 때 훨씬 더 리워드가 크다"고 생각했다. 특히 이차전지소재에선 '운이 따른다'고 믿었다. 장 회장은 "최근에 완공된 공장도 많고, 앞으로 준공될 공장들도 많다"며 "공장들을 초기에 다잡아서 정상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차전지소재 공급망 확보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적기 투자'가 장 회장의 모토다. 그는 "시장이 나쁘다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다"며 "이차전지소재 사업을 무조건 성공시키겠다는 굳은 마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민은 그린 워싱과 스톡그랜트 이슈다. 특히 스톡그랜트는 책임경영 강화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질타를 받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했다. 장 회장은 "사회의 눈높이에 맞춰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당면 과제로 꼽은 '그린트랜스포메이션'의 경우 글로벌 협력을 우선으로 삼고 "여러 관계기관과 함께 풀어나갈 것"이라는 구상을 밝혔다. 장 회장은 "미래 사업과 연계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부터 적극 시작하고 필요하면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장 회장은 7대 혁신과제로 △철강 사업 초격차 경쟁우위 회복 △시장가치 부합하는 이차전지소재 사업 경쟁력 확보 △사업회사의 책임경영체제 확립 △국민과 사회의 눈높이에 맞는 거버넌스 혁신 완수 △임직원 윤리의식 제고 및 준법경영 강화 △사회적 요구 능동적 이행 및 지역사회 협력 실천 △신뢰와 창의의 기업문화 구축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혁신 방안은 '100일 현장동행'을 마친 뒤 정립할 계획이다.

장 회장은 "기본적인 방향은 슬림, 플랫, 빠르게 결정할 수 있는 조직과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더 상세한 내용은 나중에 자세히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다"고 답했다.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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