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메타버스, 영역 확장 전 차별·괴롭힘 문제 지금 당장 생각해라
고다솔
sol0122@hanmail.net | 2021-12-20 18:34:37
현재 세계는 메타버스 플랫폼 확장에 주목한다. 그러나 메타버스에서 기존 여러 테크 플랫폼의 문제가 반복된다는 점에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다.
미국 매체 더컨버세이션은 일리노이즈대학교 박사 후보 브레아 아데마요(Breigha Adeyemo)의 기고문을 통해 다른 신기술과 마찬가지로 메타버스에서도 소외 집단이 피해를 겪는다는 견해를 전했다.
먼저, 자동화된 알고리즘이 인종이나 성별을 기준으로 한 편견을 담은 콘텐츠나 이미지를 제공하고, 유포하면서 소외 집단에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준다는 점을 언급할 수 있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 모든 사용자가 인종, 성별, 계급과 같은 정체성에 따른 차별과 공격 문제에서 벗어날 유토피아를 상상했다. 그러나 지금의 인터넷은 어떤가? 인종과 성별, 출신 배경 등에 따른 차별과 무차별적 공격이 난무한다. 과거 인터넷이 그러했듯 새로이 등장한 상당수 기술은 SNS의 선동 광고 자동 유포, 사용자의 온라인 경험을 형성하는 알고리즘 등 사회에 피해를 주었다.
특히, 마크 저커버그는 '사용자의 상호작용 및 디지털 객체 활용이 이루어질 가상 환경 네트워크'가 메타버스의 비전이라는 발언을 했다. 저커버스가 말한 메타버스 버전은 단순히 미래 인터넷의 형태를 넘어서 미래 인류의 생활 방식을 아우른다. 메타버스 비전과 이상향을 떠나 메타버스는 대중의 사회 활동, 여행, 학습, 오락, 작업 등 모든 부분을 180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가 가져올 변화가 모두에게 똑같이 전달될까? 과거를 돌아보았을 때,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 기술은 단 한 번도 중립적이었던 적이 없다. 일례로, MIT 컴퓨터 과학자인 조이 부오람위니(Joy Buolomwini)는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여성 식별 능력이 더 낮으며, 특히 유색인종 여성의 얼굴 식별 정확도가 가장 낮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리고, 이미 논란이 된 사례처럼 인종과 성별에 따른 안면 인식 정확도 차이 때문에 법률 집행 기관이 무고한 시민을 범죄 용의자로 체포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백인 유권자보다 흑인 유권자와 히스패닉 유권자가 SNS 거짓 정보 유포 작전 표적이 되었을 확률이 훨씬 더 높은 점이 드러난 것도 기술이 소외 집단에 가하는 피해를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메타의 페이스북이 흑인, 특히 흑인 여성에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사례도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는 점에서 저커버그의 메타버스 비전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2016년, 프로퍼블리카(ProPublica) 기자들이 페이스북 광고 포털 광고주가 사용자의 인종 정보와 페이스북의 '민족 친화력(ethnic affinity)'에 따라 광고를 볼 수 있는 사용자 범위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페이스북이 본질적으로 플랫폼에서 사용자의 관심사를 이용해 인종에 따른 프로필을 생성하고, 광고 기업이 마케팅 과정에서 인종 프로필에 따라 사용자를 차별하는 데 일조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 주장하는 '민족 친화력'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페이스북이 종종 흑인 여성 사용자의 인종차별, 성차별 반대 게시글을 삭제하면서 논란이 된 일도 있다. 삭제 이유는 혐오 발언에 반대하는 페이스북 정책 위반이다. 매우 역설적인 사실이다. 페이스북의 흑인 여성 사용자 게시글 삭제는 온라인 플랫폼과 디지털 세계가 흑인 여성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한 추세의 일부에 불과하다.
미국 공영 라디오(NPR) 진행자 오디 코니쉬(Audie Cornish)는 메타의 비샬 샤(Vishal Shah) 메타버스 부사장과의 인터뷰에서 "인스타그램의 댓글을 관리하지 못하는데, 메타버스 내 혐오 발언을 담은 티셔츠 판매 문제를 다룰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이 흑인의 인종차별, 성차별 발언을 막는 상황에서 메타버스 내 자유로운 발언 기회를 모든 사용자에게 동등하게 보장할 수 있겠는가? 메타버스라는 대세 기술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전,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사와 사용자 모두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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