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엔 어플라이드, 화성엔 ASML… 한국에 ‘공룡 반도체기업’ 릴레이 상륙 관심사

우승준

dn1114@cwn.kr | 2024-01-08 16:04:17

정부발 ‘민간·기업·시장’ 중심 전략, 국제 반도체 기업 유치에 한몫
작년 ‘FDI 역대 최고치’ 기록… 올해 반도체업 훈풍 기대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2월13일 암스테르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비즈니스 포럼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CWN 우승준 기자] 국제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는 이른바 ‘공룡 반도체기업’들이 연일 한반도에 상륙한다.

먼저 미국 소재의 반도체 장비회사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경기도 오산에 연구개발(R&D)센터를 들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어플라이드는 한국 R&D센터 설립을 위해 오산시에 약 5000평 규모의 부지를 매입했다. 이는 어플라이드가 지난 2022년 7월 산업통상자원부·경기도와 ‘한국 R&D센터 건립 MOU’를 체결한 데 따른 연장행보다. 이 센터엔 반도체 장비 최소 20대 이상과 100명 이상 연구인력이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네덜란드 소재의 반도체 장비회사인 ASML은 경기도 화성시에 한국 R&D센터 설립을 위해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될 해당 센터는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수인 극자외선을 기본으로 한 제조공정실이 탑재될 예정이다. 해당 내용의 MOU는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방문 시기인 지난해 12월12일 이뤄졌다.

국제 반도체시장을 주름잡는 두 반도체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또 다른 반도체 장비회사인 ‘램리서치’도 한국 파트너십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램리서치는 오는 7월 완공을 목표로 경기도 용인시에 ‘반도체 캠퍼스’를 설립한다. 램리서치의 해당 캠퍼스는 제조공장과 물류센터, 고객지원센터, 트레이닝센터, R&D센터 등 모든 인프라를 국내에 도입하는 최초 반도체 장비업체이기도 하다.

공룡 반도체기업들의 국내 상륙엔 정부의 유치 노력도 한몫했다. 정부는 지난 1년간 반도체 초격차 유지를 위한 해법으로 민간 위주의 대규모 투자에 초점을 맞춘 행정력을 동원했다. 초고도 산업에 대응하려면 ‘민간·기업·시장’ 중심 전략이 적합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미국을 중심으로 국내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는 기조를 탑재했다. 어플라이드·ASML·램리서치 등 국제기업들이 한국 투자를 결정한 이유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연장선상으로 공룡 반도체기업들의 국내 상륙은 ‘역대 외국인 국내 투자액 최고치’라는 성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지난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3년 외국인직접투자(FDI) 신고액은 전년대비 7.5% 증가한 327억2000만 달러(약 43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FDI 내용을 더 살펴보면, 반도체·이차전지 등이 포함된 전기·전자 투자는 전년대비 17.7% 증가한 40억6000만달러(약 5조3000억원), 자동차·부품 등이 포함된 운송용 기계·투자가 168% 급증한 17억6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를 각각 기록했다.

한편 지난 한 해 한국경제의 취약점 중 하나로 지목된 반도체 업계의 회복도 가시권에 접어든 모양새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최대 기업 중 하나인 미국 소재 ‘마이크론’은 작년 12월20일 ‘2024 회계연도 1분기(9월~11월) 실적을 발표하며 “47억2600만달러(약 6조13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국내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함께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3대 기업으로 분류된다. 마이크론의 이같은 실적 발표에 업계는 훈풍이 불 것으로 내다봤고, 한국경제에도 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CWN 우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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