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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사회부 정수희 기자 |
[CWN 정수희 기자] "기상청도 못 맞추는데 저희도 모르죠."
벚꽃 개화를 두고 서울시 자치구 한 공무원의 말이다.
그렇다. 봄바람 휘날리면 흩날릴 줄 알았다.
그런데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만큼 벚꽃축제를 준비하는 지자체들은 갈수록 고심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벚꽃 없는 벚꽃축제'를 반복한 곳들이 적지 않다.
작년, 예년보다 빠른 개화로 '뒷북'을 치러야 했던 지자체들이 올해는 축제 일정을 일찌감치 앞당겨 준비했다. 하지만 이번엔 예측보다 개화가 늦어졌다.
기자가 지난 주말 여의도 일대를 지나다 본 윤중로의 모습도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해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던 곳인데 사람도 벚꽃도 눈에 쉽게 띄지 않았다.
마음먹고 나온 시민들이나 주최한 구청이나 얼떨떨하고 탐탁지 않기는 매한가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것이 벚꽃축제이면 어떻고 봄꽃축제이면 어떤가 싶다.
봄에는 벚꽃도 피지만 개나리, 진달래, 목련, 철쭉 등 그야말로 다채로운 봄꽃이 우리 기분까지 알록달록 물들인다. 가벼워진 옷차림처럼 마음에도 여유를 가져보면 좋겠다 싶은 계절이다.
때마침 한 지자체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미소를 짓게 만든다.
속초시는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하늘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라는 문구에 이어 "그래서 영랑호 벚꽃축제 두 번 합니다"라며 행사 연장을 재치 있게 홍보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당시 벚꽃은커녕 영랑호엔 '3월 춘설'이 내려앉은 걸로 알려졌다. 시는 좋은 경관과 날씨로 준비된 행사를 즐길 수 있을 거라 판단하고 행사를 계획대로 한 차례 치른 다음 오는 6~7일 한 번 더 운영하기로 했다.
벚꽃 개화에는 기온과 일조량이 영향을 미친다.
애써 준비한 행사가 흥행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하늘이 하는 일에 어쩔 도리는 없다.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새기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당장 다가오는 식목일에 사과나무라도 심으면 어떨지.
CWN 정수희 기자
jsh@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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