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악연' 현대重·한화오션, MRO 수주에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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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지난해 열린 '부산시민의 꿈과 도전' 격려 간담회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CWN 김정후 기자] '80년대생 재계 리더'로 꼽히는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두고 맞붙는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정기선 부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이 내달 동시에 미국을 방문한다. 두 부회장은 내달 8일 개막하는 북미 최대 해양방위산업전 SAS(Sea Air Space)에 앞서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의 초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미 해군 함정에 대한 MRO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는 미 해군 측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건 없다는 입장이다.
델 토로 장관은 지난달 말 HD현대중공업의 울산조선소와 한화오션의 거제조선소를 연이어 찾은 바 있다. 그는 각 조선소에서 함정 건조 역량과 더불어 MRO 기술력을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현재 미국은 조선소 인력 부족으로 MRO가 필요한 함정의 수를 감당하지 못하며 과부하에 걸렸다. 일부 물량을 일본으로 돌렸음에도 역부족이라는 판단 하에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우방국에 위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미국의 경우 함정 MRO 사업에만 연 평균 20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또 글로벌 MRO 시장 규모는 약 80조원으로 무기 거래 시장 규모의 두배에 달한다. 국내 조선업계를 선도하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인 셈이다.
양사를 이끄는 정기선 부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은 친우관계로 알려져 있다. 각각 82년생과 83년생인 두 사람은 학군사관 출신이라는 점에서도 인연이 있다. 또 지난 2016년 김 부회장의 모친상 당시 정 부회장이 직접 조문하며 "동관이와 친구라 왔다"고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양사는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에서도 충돌한 바 있다. 이 사업에서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은 개념설계를,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맡았다. 진행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한화오션의 개념설계도를 불법 취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방위사업청은 HD현대중공업 측에 감점 1.8점을 적용했지만 입원 개입 정황이 없었으므로 입찰 자격은 유지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한화오션은 불법 취득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 임원 개입 여부를 조사해달라며 경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한 상태다.
양사는 MRO사업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델 토로 장관 방문 당시 미 해군 함정 MRO를 위한 자격인 MSRA(Master Ship Repair Agreement)를 신청했고, 올해 초 야드 실사까지 마쳤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함정 MRO 사업은 신조 사업만큼이나 경험과 역량이 중요하다”며 “해외 함정 수출과 더불어 그동안 축적한 경험·역량을 바탕으로 MRO 사업 역시 ‘K-방산’의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CWN 김정후 기자
kjh2715c@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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