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감시 완화 및 원화 가치↓ 여파로 가격 재인상 우려 대두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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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초코류 과자가 매대에 놓여 있는 모습. 기후플레이션으로 인한 카카오 가격 인상 여파로 해태제과는 초콜릿 제품을 지난 1일부터 평균 8.6% 가격을 인상했다. 사진=뉴시스 |
탄핵 불발로 야기된 정국 불안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식품업계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하락이 지속된다면 가격 유지를 지키기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일각에서 제기돼서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이를 실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 당국의 감시와 지적은 다소 느슨해질 수 있지만 자칫 소비자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로 낙인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올해 들어 주요 품목들의 가격 인상이 잇따라 단행된 점도 가격 재인상의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1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초콜릿을 비롯한 과자·커피·생수·카레·김·올리브유 등 소비 규모가 큰 제품들이 일제히 오른 상황이다. 이러한 가격 인상 움직임은 올해 중반기부터 본격화된 뒤 하반기까지 이어졌다.
오리온과 해태제과는 지난 1일부터 카카오를 사용하는 제품 중심으로 가격을 올렸다. 오리온은 13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0.6% 인상했다. 주요 제품별 인상률은 초코송이 20%, 마켓오 브라우니 10%, 톡핑 6.7% , 오징어땅콩 6.7% 등이다. 다만 이번 인상 품목에서 초코파이가 제외됐다. 해태제과는 홈런볼, 포키 등 10개 제품 가격을 평균 8.6% 인상했다.
같은 시기 농심도 자사 생수 브랜드인 백산수 출고가를 평균 9.9% 올렸다. 이 여파로 백산수 500㎖의 편의점 가격은 5.3% 오른 1000원이 됐으며, 대형마트 가격은 11.6% 상승한 480원으로 책정됐다.
대표적인 아침 대용식인 시리얼 가격도 올랐다. 농심 켈로그 콘푸로스트는 3500원에서 3700원으로 5.4%, 동서 포스트 콘푸라이트는 4500원에서 5000원으로 11% 이상 올랐다.
커피 제품군도 원재료 상승의 압박에 백기를 들었다. 동서식품은 지난달 15일자로 인스턴트 커피, 커피믹스, 커피음료 등 제품의 출고 가격을 평균 8.9% 인상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이번 가격 인상에 대해 "커피 원두 및 설탕, 야자유 등 주요 원재료의 가격 상승과 높아진 환율의 영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CJ제일제당이 지난 5월 김과 올리브유에 이어 참기름 가격도 15% 가량 인상했다. 이어 롯데웰푸드가 빼빼로 등 17종 제품 가격을 평균 12%, 롯데칠성음료가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 등 6개 음료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했다. 오뚜기도 카레(분말·간편식)뿐 아니라 케첩, 참기름, 후추 등 제품 가격을 평균 10% 올린 바 있다.
통상 식품업체들은 수입 원자재 재고를 최소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비축해둔다. 이는 작금의 불안정성 이슈가 6개월 이상 지속될 시 수익성 악화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방증하며, 결국 내년 하반기에 가격 인상안 카드를 또 다시 꺼내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관망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수출 확대로 위기 돌파에 나서는 몇몇 업체들은 더욱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릴 것으로 본다"고 했다.
CWN 손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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