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차주들 강력 반발…"우리가 무슨 잘못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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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충전소 지상 이전 논의와 출입금지 등 주민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
[CWN 윤여찬 기자] 인천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출입금지'를 두고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일 인천 전기차 화재사고 뒤 닷새가 지난 5일 대형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이웃간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벤츠 전기차 1대 화재로 무려 5개동 480세대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1500도에 이르는 열폭주로 수도관과 전기선이 모두 녹아 상당수 이재민이 발생했다. 사실상 '재난형' 전기차 화재로 향후 원인과 보상 주체를 두고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상황이 심각하자 각 아파트들은 입주민 회의와 커뮤니티를 통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지하 충전소를 지상으로 이전하거나 외부 전기차는 아예 아파트 출입을 금지하는 안이 대두되고 있다.
반면 전기차 차주들은 반발하고 있다. 법적으로 주차면의 2~5%를 전기차 주차장으로 조성하게 돼 있고 그 위치는 지상이나 지하 등 근거가 없는데 출입을 금지하는 건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신축 아파트 전기 차주들은 "지상 주차장이 아예 없는데 어디로 차를 빼란 말이냐"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또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내 스프링클러부터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를 두고 입씨름이 격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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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진입을 두고 올 초부터 시작된 갈등이 이번 인천 화재로 더 심화되고 있다. 사진=독자제보 |
이미 안양과 성남시 등에는 전기차 지하주차장 출입금지 플랜카드가 지난 3월부터 붙기 시작했다. 택배나 음식 배달을 위해 방문한 전기차들과 경비원간 실랑이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문제가 커지는 이유는 화재 원인과 보상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4일 인천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불이 난 전기차의 차주인 40대 남성은 지난달 29일 오후 일반 주차칸에 차를 세운 후 운행하지 않았고 지난 1일 오전 6시 15분경 불이 났다고 주장했다. 벤츠 EQE350에는 중국 CATL의 NCM(니켈·코발트·망간) 811 배터리가 적용된 모델이다.
전소된 40여 대를 포함해 훼손된 140여대의 차량을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차주·자동차 보험사·자동차 판매사·아파트 보험사·배터리 제조사 등이 첨예하게 맞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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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5일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 감식 일정을 실시했다. 발화점으로 지목된 벤츠 전기차량은 사흘간 주차돼 있었고 외부 충격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뉴시스 |
특히 이번 사건은 시민들의 공포증 또는 혐오증을 뜻하는 '전기차 포비아' 현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어린이집과 노인정 등 노약자 시설이나 학교·요양병원·위험물 취급공장 등을 시작으로 사유재산 건물 등에서 전기차 출입을 두고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상 주체와 지자체 조례가 불분명해 불이 나면 고스란히 건물주가 손해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CWN 윤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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