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 정청래발 합당…절차·공감대가 우선 [기자수첩]

신현준 기자 / 2026-02-03 17:46:00
기습 제안 사과에도 파열음…“숙의 없는 통합은 분열”
내부 수습 이후 ‘혁신당 DNA’ 반영 범위가 쟁점
▲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언주 최고위원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구상을 둘러싼 당내 논란을 어떻게 수습할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통합 과정에서 절차와 공감대가 먼저 요구된다는 점을 이번 논란이 다시 확인시키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당과의 합당을 최초로 제안했다. 제안은 범진보를 하나로 묶어 6·3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청래 대표는 다음날 기습 합당 제의 발표에 대해 사과했으나 내부에서는 제안의 내용보다 ‘제안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당내에서는 최고위원회 공유 없이 제안이 공개된 점에 대한 비판과 함께 통합의 명분과 별개로 정치적 계산이 앞선 것 아니냐라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민주당 이언주 수최고위원은 “당의 미래보다는 당대표 개인의 정치 일정, 특히 연임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가운데 고 이해찬 국무총리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자, 당내에서는 혁신당 합당 관련 노선 차이를 드러냈다. 특히 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합당을 두고 찬반 기류가 흘렀다.

이언주 수석최고위원은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있을 수 없다.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이다”라며 정청래 대표 면전에서 직격했다. 이에 친청계(친 정청래) 인사인 문정복 최고위원은 석상에서의 표현 수위를 문제로 삼았다.

당내 이견 차이가 수면 위로 올라온 가운데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도 이날 현시점 합당 논의는 중단돼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다만 일부 의원들은 합당 논의를 6·3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도 거론됐다.

반대 기류의 핵심은 ‘통합 자체’가 아니라 ‘절차’라는 주장이다. 전 최고위원인 한준호 의원은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 “충분한 숙의 없는 통합은 결코 통합으로 완성되지 않고, 충분한 숙의 없는 통합은 또 다른 분열이 시작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설령 정청래 대표가 갈등을 잠재우고 내부 결속을 만들더라도, 다음 과제는 합당 논의가 진전되더라도 혁신당의 ‘DNA’(정체성·운영 원칙)를 어느 수준까지 수용할지에 대한 이견을 어떻게 좁히느냐다. 혁신당은 “흡수 합당으로 비칠 수 있는 방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라는 기류 아래 통합 논의가 진행되려면 당의 가치와 비전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혁신당은 최근 이른바 ‘합당 밀약설’이 돌며 민감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혁신당 사무총장 이해민 의원은 1일 “실무 협의도 시작되지 않은 시점에서 밀약을 운운하는 것은 악의적인 프레임”이라고 선을 그었고 아울러 그는 민주당이 내부정리를 마쳐야 논의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남겼다.

결국 합당의 성패는 ‘통합’이라는 구호가 아니라, 그 구호를 현실로 바꾸는 절차·수습·협상력에 달려 있다. 정청래 대표가 내부 이견을 얼마나 빨리 정리하느냐에 따라 향후 혁신당과의 실무 협의 착수 여부도 가늠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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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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