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50조 부채'에 고강도 재편 돌입하나

김정후 / 2024-04-13 05:00:30
사업 정리에 조직 개편·TF 구성·컨설팅 의뢰까지
"자율적 경영 일환…재편 여부는 검토된 바 없어"
▲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이 지난달 개최된 제1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CWN 김정후 기자] SK이노베이션의 채무가 늘어남에 따라 그룹 차원의 고강도 재편설이 제기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일부 자회사가 조직 개편을 단행한 데 이어 그룹 내외에 사업 컨설팅을 진행한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사업 재편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록한 연결 기준 50조8155억원 부채에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의 부채가 50조 규모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동부채의 경우 2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30조원에 달한다. 유동부채는 1년 안으로 상환해야 하는 채무로, 부채 비율이 전년 대비 19.9%p 하락했음에도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이에 단순한 사업 정리를 넘어 그룹 차원의 고강도 재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따르고 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 블루드래곤에너지의 법인을 청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회사에 5억800만 위안(약 950억원)을 투자했으나 현재 SK온이 직접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어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청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SK이노베이션은 최근 펄크럼 바이오에너지에 투자한 약 390억원을 모두 손실 처리했다. 펄크럼은 미국 합성원유 생산업체로 미 네바다주에 합성원유 생산공장을 건설하려 했으나 지난해 10월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맞았다. 주 원인은 자금난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자회사 내에서도 조직 개편이 일어났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IET)는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R&D 조직과 자산을 양수했으며 SK인천석유화학은 마케팅 팀 신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SKIET는 환경과학기술원에 R&D를 맡겨왔으며 SK인천석화는 SK지오센트릭 등의 영업망으로 석유화학 제품을 판매해 왔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SK이노베이션이 계열사의 독자 생존을 강화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해 초 SK이노베이션이 20여개에 이르는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등으로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던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더한다.

이와 함께 계열사 개편을 위해 SK그룹 차원에서 의뢰한 맥킨지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의 컨설팅 보고서도 이르면 다음달 발표될 예정이다. 이에 업계는 SK이노베이션이 TF와 보고서 결과를 토대로 고강도 재편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IET의 R&D 조직 양수는 소재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당연히 해야할 수순"이라며 "이미 SK이노베이션 계열 9개사는 자체 입지 강화를 위한 자율적 경영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고강도 재편설에 관련해서 "그룹 내 TF, 외부 컨설팅에 따른 재편 여부는 외부에서의 해석일 뿐"이라며 "아직 결정된 것도, 검토된 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CWN 김정후 기자
kjh2715c@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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