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가 개최한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공동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
지난해부터 한국 자본시장 밸류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시장구조 밸류업에 대한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기업공개(IPO)와 상장폐지 제도 개선을 통해 자본시장 밸류업을 가속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지속적인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공동세미나'를 열고, 정부와 유관기관이 함께 마련한 제도개선안을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병환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이승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및 금투업권·협회·유관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그동안 한국 주식시장은 상장기업수, 시가총액 등 양적인 규모는 계속 확대했지만, 개별 상장기업의 기업가치, 성장성 등 질적인 측면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최근 5년간 해외 주요국 증시는 시가총액 상승률 대비 주가지수 상승률이 더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반대로 시가총액 상승률이 더 높다.
세부적으로 보면 최근 5년간 상장회사수 증가율(한국은 24년 12월말, 외국은 24년 11월말 기준)은 △한국 17.7% △미국 3.5% △일본 6.8% △대만 8.7%로 한국이 월등히 높았다.
반면 같은 기간 시가총액 상승률(블룸버그 기준)은 △대만 103.4% △미국 80.3% △일본 47.8% △한국 34.8%로 집계됐다.
이 기간 MCSI 국가지수로 산출한 주가지수 상승률 역시 △대만 110.4% △미국 82.6% △일본 65.4%로 높았던 반면, △한국은 3.8%에 그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국 증시의 질적수준 제고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정부와 유관기관은 상장기업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소통해 나가도록 유도·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지난해 2월 발표·추진했다.
하지만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과 더불어 주식시장의 진입과 퇴출 측면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끊이질 않았다. 특히 IPO시장(진입)이 단기차익 투자 위주로 운영되면서 공모가와 상장일 이후 주가흐름에 왜곡이 발생하고, 완화적인 상장폐지(퇴출) 요건과 절차로 인해 저성과 기업의 퇴출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날 금융당국과 유관기관이 함께 발표한 'IPO 제도개선 방안과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에 정부와 유관기관은 근본적으로 IPO시장이 '단기차익 목적 투자→기업가치 기반 투자' 중심으로 합리화될 수 있도록 세 가지 방향에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도를 새로 도입하고 가점을 확대한다.
기관투자자 배정물량 중 40% 이상을 확약 기관투자자에게 우선배정한다.
확약 물량이 40%에 미달하는 경우 주관사가 공모물량의 1%를 취득(상한금액 30억원)하여 6개월간 보유하도록 하여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한다.
이와 함께 의무보유 확약 최대 가점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우선배정은 오는 7월부터 말까지는 30%로 하고, 내년부터 40%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책펀드의 의무보유 확약도 확대한다. 정책펀드인 하이일드펀드,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해서는 공모물량의 5~25% 별도배정 혜택이 제공됐는데, 앞으로는 최소 의무보유 확약(15일 이상)을 한 물량에 대해서만 별도배정 혜택을 부여한다.
의무보유 확약 위반, 미청약·미납입 등에 대한 협회차원의 제재도 강화한다. '수요예측 참여제한'이 제재 원칙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그동안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수요예측 참여제한 위주로 제재를 운영하고 감경기준도 명확히 계량화하여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수요예측 참여자격도 강화한다. 지난해 평균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참여건수는 약 1900건에 달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였는데, 기업가치 평가 역량이 부족한 소규모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를 제한하기 위해 사모운용사·투자일임회사의 참여자격을 강화한다.
기존에 고유재산 참여시에만 존재하던 등록기간 및 총위탁재산 규모 관련 자격요건을 운용재산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다만 3개월 이상 의무보유 확약시 강화된 요건 적용을 면제하고 기존에 조성된 펀드·일임계약의 경우 올해 말까지 적용을 유예한다. 금번 제도개선 이후에도 참여과열 현상의 완화 여부를 평가하여 필요시 총위탁재산 기준의 상향조정 등 추가개선도 검토한다.
또 재간접펀드와 해외 페이퍼컴퍼니 등을 이용한 우회적 참여도 제한하고, 수요예측 초일 쏠림현상 방지를 위해 초일 가점제도 개편한다.
이밖에 주관사가 수수료 극대화를 위한 IPO 흥행에만 힘쓰지 않고 합리적 공무가 산정과 중장기 투자자 확보를 위해 노력하도록 주관사 역할과 책임도 강화한다.
여기에 현재 코스닥 시장의 경우 완화된 상장요건 등을 고려해 주관사가 상장예비심사 신청 6개월 이내에 취득한 주식에 대해서는 가격괴리율(공모가~사전취득가)에 따라 의무보유를 적용하는 규정도 책임성 강화 차원에서 가격괴리율은 축소(50%→30%)하고, 최소 의무보유 기간은 확대(1개월→3개월)하는 등 주관사 사전취득분 의무보유를 강화한다.
한국 증시의 경우 연간 진입 기업수 대비 퇴출 기업수가 평균적으로 1/4에 불과하고, 주요국 증시와 비교할 때 상장회사수 증가율도 높은 편이다 보니 주식시장 상장폐지 제도가 시장 전반의 효율성보다 개별기업, 투자자 피해 강조로 인한 요건과 절차 완화로 운영된다는 지적에 따라 상장폐지 제도도 개선한다.
![]() |
▲자료=금융위원 |
우선 상장폐지 요건 강화를 위해 시가총액, 매출액 요건 기준을 상향 조정한다. 기본 요건이 과도하게 낮아 지난 10년간 두 요건으로 인한 상장폐지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이에 상장요건 대비 상대적 비율, 주요국 증시와 비교, 시장 간 차이 등을 고려해 실효성 있는 수준까지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매출액 요건을 강화하는 대신 성장 잠재력은 높지만, 매출이 낮은 기업을 고려해 최소 시가총액 요건(코스피 1000억원, 코스닥 600억원)을 충족하면 매출액 요건을 면제하는 완충장치도 도입(2027년부터 적용)한다.
금융당국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최종 상향조정 완료 시 코스피는 전체 788개사중 약 8%인 62개사가, 코스닥은 1530개사 중 약 7%인 137개사가 요건 미달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앞으로는 2회 연속 감사의견 미달 시 즉시 상장폐지하는 등 감사의견 미달요건 기준을 강화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회생·워크아웃 기업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추가 개선 기간을 허용한다.
현행 제도상 코스피는 최대 '2심+개선기간 4년', 코스닥은 최대 '3심+개선기간 2년'으로 운영되면서 상장폐지 심사가 비효율적으로 길어지는 상황을 고치기 위해 코스피는 개선기간을 최대 4년에서 2년으로 절반 수준까지 축소하고, 코스닥은 심의 단계를 3심제에서 2심제로 축소함과 동시에 최대 개선기간도 2년에서 1년6개월로 축소하는 등 상폐 절차 효율화를 추진한다.
상장폐지 후 비상장 주식거래를 지원하는 등 투자자보호 대책도 마련해 시행한다.
![]() |
▲자료=금융위원회 |
IPO 제도개선 방안은 올해 1분기에 협회규정을 개정하고, 2분기 거래소규정 개정 등 필요조치를 신속하게 완료하고 바로 시행 가능한 내용은 오는 4월부터, 내부시스템 개편이나 투자자 안내 등 준비기간이 필요한 내용은 7월부터 시행한다.
법률개정 사항인 코너스톤투자자, 사전수요예측제도 도입은 오는 2분기까지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한다.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은 올 1분기에 거래소세칙 개정, 2분기 거래소규정 개정 등 필요조치를 신속하게 완료할 계획이다.
즉시 시행이 가능한 최대 개선기간 축소, 형식·실질 병행심사는 1분기 중 거래소세칙 개정과 함께 바로 시행한다.
감사의견 미달 요건 강화, 분할 재상장 시 심사 강화, 상장폐지 심사기업의 개선계획 공시는 기업안내 등을 고려하여 7월부터 시행하고, 시가총액, 매출액 등 재무요건 강화는 내년 1월부터 3단계에 걸쳐 단계별로 시행한다.
비상장거래 지원을 위한 K-OTC내 상장폐지기업부는 세부 운영방안 마련 등을 거쳐 재무요건 강화와 함께 내년 1월 신설 예정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IPO 시장에 대해 "기업가치 기반 투자 중심으로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을 확대하고, 주관사가 적정 공모가 산정과 중장기 투자자 확보를 위해 노력하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말하고, 상장폐지 제도의 경우 "시장 신뢰를 저해하는 기업이 원활히 퇴출될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하고 절차를 효율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보다 효율적이고 투자자 보호가 이루어지는 시장구조를 만들기 위해 '주식시장 체계 개편방향'을 검토해 나가겠다"며 "기업이 각각의 성장단계와 특성에 맞춰 자본시장에서 원활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시장 간 차별화와 연계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CWN 배태호 기자
bth@cwn.kr
[ⓒ CWN(CHANGE WITH NEWS).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