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몰이에 신한 측 더모아 적금 출시하며 카드 발급 독려
수수료율 인하·카드론 규제 등 경영 악재에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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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 본사 외경 (사진=CWN DB) |
카드사마다 저마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유인해 신규 발급을 늘리는 데 분주하다. 카드사가 내놓은 조건을 분석해 자신에게 유리한 카드를 찾는 소비자 모습도 일상화됐다. 다만 편법을 통해 지나치게 이익을 취하려는 일부 소비자의 그릇된 행태와 사전에 이런 상황까지 고려하지 못한 카드사 태만이 충돌하는 상황도 벌어질 때도 있다. 신한카드 '더모아' 카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CWN은 이른바 '더모아 사태'가 벌어진 배경과 이로 인한 결과를 통해 대한민국 카드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CWN 권이민수 기자]'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카드가 있다. 바로 신한카드가 지난 2020년 출시한 '더모아(The More) 카드'다. 조건이 성립되면 무제한에 가깝게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는 압도적 혜택은 수많은 금융 소비자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포인트를 더 적립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이들도 나타나면서 티끌 같던 포인트는 무려 1000억원이라는 태산으로 돌아왔다. 이에 따라 신한카드는 역대급 손해를 입고 일부 소비자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지난 2020년 11월 10일 더모아 카드를 출시했다. 더모아 카드는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던 당시 상황을 반영해 재테크에 익숙하지 않은 금융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투자에 입문할 수 있도록 신한카드·신한은행·신한금융투자가 협업해 만든 신한금융그룹 복합 상품이었다.
더모아 카드의 가장 큰 특징은 5000원 이상 결제 시 결제 금액의 100원 단위 자투리 금액이 투자 포인트로 적립된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5500원을 결제하면 500점이 적립되는 식이다.
5999원을 결제한 경우 999점이 적립되면서 피킹률은 무려 16.66%가 된다. 피킹률은 카드 사용액 대비 얻는 혜택의 비율이다. 평균적으로 3~5%의 피킹률이면 적당한 혜택으로 여겨지고, 5%만 넘어도 이른바 혜자카드(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제품이나 상품을 뜻하는 인터넷 신조어)로 여겨진다.
더모아 카드는 전월 카드 이용실적이 30만원 이상이면 '횟수에 제한 없이 무제한'으로 적립이 가능했다. 동일한 가맹점은 1일 1회로 제한됐지만, 특별적립 가맹점이면 2배의 적립 혜택이 주어졌다. 5999원을 결제하면 무려 1998점이 적립되는 셈이다. 특별적립 가맹점은 배달앱(배달의 민족·요기요), 디지털 콘텐츠(넷플릭스·유튜브 프리미엄·왓챠·멜론), 이동통신요금, 백화점(롯데·현대·신세계), 해외 가맹점, 할부 거래 등이 있다.
이 밖에도 더모아 카드는 연 이용금액이 800만원 이상일 경우 최대 5만 포인트 내에서 총 적립 포인트의 10%를 또 추가 적립해 준다.
더모아 카드 적립 포인트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마이신한포인트로 제공된다. 신한은행 달러예금 계좌나 신한금융투자 해외투자가능 계좌를 선택해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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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더모아 카드 소개 (사진=신한카드 홈페이지) |
이처럼 역대급 혜택을 자랑하는 더모아 카드는 등장부터 금융권과 금융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하루에 500장 가까이 꾸준히 발급됐다. 이듬해 4월에는 10만장을 달성하며 신한카드의 인기 카드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더모아 카드 출시 당시부터 누리꾼 사이에서는 적립률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이 활발히 공유되기 시작했다. 셀프 주유소 등 임의로 결제 금액을 맞출 수 있는 곳에서 999원대로 결제하거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990원대로 나오는 상품을 따로 분할 결제해 적립금을 높였다. 이동통신요금 이체 시 일부 선결제를 통해 999원대로 결제액이 나오게 하는 방식도 있었다. 이는 당시 여러 매체에서 다룰 만큼 신기하고 재미있는 사회적 현상임은 물론 '합리적인 소비'의 한 단면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더모아 카드의 인기에 발맞춰 신한은행은 더모아 카드를 만들어 일정액 이상 사용하면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신한 더모아 적금을 출시해 해당 카드 발급 확대에 불을 붙였다.
더모아 적금은 기본이자 연 1.0%에, 직전 6개월간 신한카드(신용) 이용 이력이 없는 고객이 신한 더모아 카드를 받고 적금기간 6개월 동안 60만원 이상 쓰면 연 5.0%를 우대금리로 받을 수 있었다. 추가로 신한카드 마케팅 동의 및 한도 상향에 동의할 경우 연 1.0%를 더 받을 수 있어 가입 고객은 최대 7.0%의 금리를 챙길 수 있었다.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더모아 카드는 출시 수개월 만인 2021년, 인기 신용카드 순위권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신용카드 전문사이트 카드고릴라에 따르면 더모아 카드는 2021년 인기 신용카드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놀라운 혜택으로 누리꾼과 언론의 찬사를 받은 것은 잠시였다. 출시 약 1년여만인 2021년 12월 27일 신한카드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더모아 카드 신규발급과 재발급을 중단한다"고 밝히며 더모아 카드의 단종을 알렸기 때문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당시는 고객에게 혜택을 더 주고 편의를 높여 주고자 카드업계에서 소위 '혜자카드'를 많이 출시했었고 더모아 카드도 그 같은 방향성으로 출시된 상품"이라며 "더모아 카드 같은 혜자카드들의 인기가 많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대출 급증에 따른 카드론 규제 등 당시 신용카드 업계 경영 전반에 제동을 거는 정책들이 이어지면서, 이른바 혜자카드는 그 모습을 감췄다.
신한의 '더모아 카드' 역시 당시 시대적인 상황 탓에 발급이 중단된 듯 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더모아 카드의 역대급 혜택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숨어있었다. 그리고 그 부작용은 신규 발행 중단은 물론 급기야 '혜택 축소'와 '포인트 환수'라는 사태로까지 확산된다.
CWN 권이민수 기자
minsoo@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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