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드러낸 한화 김동선, 승계 파이 늘린다

소미연 기자 / 2024-04-06 05:00:01
'승계 기반' 한화갤러리아 지분 1.92% 확보, 2대주주로 지배력 강화
한화에어로, 한화정밀기계·한화비전 인적분할…'삼남 챙겨주기' 해석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한화로보틱스가 참여하는 국내외 전시를 챙겨가며 로봇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사진=한화로보틱스

[CWN 소미연 기자] 한화가(家) 삼남의 보폭이 빨라지고 있다.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부사장),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부사장), 한화로보틱스 전략기획담당(부사장),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이 현재 김동선 부사장이 맡고 있는 보직이다. 한화갤러리아가 론칭한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 '파이브가이즈'와 와인 유통사 '비노갤러리아' 설립을 주도했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자회사 '한화푸드테크'와 한화로보틱스가 협업 중인 '푸드테크'는 김 부사장이 낙점한 신사업이다.

언론 노출 빈도도 부쩍 늘었다. 올해 1분기에만 세계 최대 가전·IT전시회 'CES 2024',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2024 스마트팩토리·자동화산업전(SFAW)'을 차례로 방문하며 기술 현황 점검 및 사업 전략을 모색하는 한편 세계 주요 인사들과 글로벌 현안을 논의했다. 특히 한화 오너 일가에서 CES 전시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김 부사장의 행보는 중후장대 기업으로 성장해온 한화의 사업 영역 확장, 미래 먹거리 확보로 해석된다. 다보스포럼의 경우 두 번째 참석이다.

무엇보다 재계의 이목을 끈 부분은 한화갤러리아에 대한 지배력 확대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 동안 111차례에 걸쳐 한화갤러리아 주식을 집중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수 금액은 48억원을 웃돈다. 이로써 지분율 1.92%를 차지한 김 부사장은 한화솔루션(1.37%)을 밀어내고 2대주주에 올랐다. 최대주주는 한화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한화(36.15%)다. 이와 관련 재계에선 '책임경영' 차원이라는 회사 측 설명과 달리 승계 대비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문을 보내고 있다.

사실상 유통(백화점), 레저(호텔·리조트), 로봇, 건설 부문이 김 부사장의 몫으로 유력한 가운데 기계·소재 부문도 가져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의 모멘텀 부문 물적분할에 따른 신설법인(한화모멘텀) 출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인적분할로 한화비전·한화정밀기계 분리 및 신설법인(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설립이 시그널로 해석된다. 지난해 3월 한화솔루션에서 인적분할된 한화갤러리아 경영권이 김 부사장에게 넘어간 것과 같은 수순으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물론 회사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한다. 경영 효율성 제고, 사업군별 전문화 추진 및 경쟁력 강화를 사업 구조 재편의 목표로 설명하고 있다. 승계 작업과 무관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두 신설법인의 기계설비, 산업용 장비기계, 시큐리티 사업 특성상 김 부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로봇 사업과 연계될 때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에너지·방산·항공우주 등 그룹 주력 사업을 맡고,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금융 사업을 이끌고 있다.

앞서 ㈜한화는 2020년 한화정밀기계로부터 협동로봇 사업을 양수해 모멘텀 부문에 편재시킨 뒤 지난해 10월 사업을 다시 분리해 한화로보틱스를 출범시켰다. 한화정밀기계 인수도 검토했으나, 이와 반대로 모멘텀 부문의 반도체 사업을 양도하며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 한화로보틱스 지분 구조는 ㈜한화 68%, 한화호텔앤드리조트 32%다. 한화정밀기계는 한화비전과 함께 신설법인의 자회사(지분 100%)로 편입된다. 신설법인 지분은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각각 33.95%씩 보유하게 된다.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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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연 기자

소미연 기자 / 산업1부 차장

재계/전자전기/디스플레이/반도체/배터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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