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예단 어렵다" 일단 우려…中이커머스 향한 불신도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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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 22일 오후 미국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손잡고 'G마켓 살리기'에 팔을 걷어부쳤다. 이같은 결정은 쿠팡과 네이버가 양분 중인 국내 이커머스 업계를 재편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찻잔 속 태풍'일 수도 있다는 시각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은 조인트벤처(JV) 설립을 골자로 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JV 설립을 위해 신세계 측은 이마트가 보유한 G마켓 지분 100%를, 알리바바 측은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과 이와 별개로 현금 3000억원을 출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설립 예정인 JV에는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가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양사간 사업 시너지가 극대화돼 자연스럽게 본업 경쟁력 강화되고, 특히 적자의 늪에 빠져있던 G마켓의 경우 글로벌 진출을 발판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신세계는 보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약 968만명으로 이커머스 앱 분야 2위, G마켓은 약 562만명으로 5위에 랭크됐다. 부동의 1위인 쿠팡(약 3220만명)과는 격차가 여전히 크지만 수치상 단순 비교로 재단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섣부를 수밖에 없다.
이렇듯 어떠한 파장을 일으킬지 가늠이 안 되는 두 '유통 공룡'의 동맹을 둘러싼 해석이 아직 분분하다. 지난 6월 정 회장이 정형권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G마켓 신임 대표로 발탁한 이유가 알리바바와의 전략적 동맹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였냐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신세계는 지난 2021년 6월 G마켓 지분 80.01%를 약 3조4400억원에 인수했다. 오프라인에 이어 온라인 유통 시장까지 석권하려는 정 회장의 결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지만 G마켓은 그 기대만큼의 성장은커녕 2022~2023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올해 상반기에도 221억원의 영업손실 기록했다.
정 회장은 장고 끝에 G마켓의 지속되는 부진을 반전시킬 '카드'가 중국 자본과 손을 잡는 것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신세계는 알리바바의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200여개 국가로 판로가 개척될 것으로 예상한다. K-트렌드 열풍을 타고 G마켓 셀러가 큰 성과를 낼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감도 함께 내비친다.
이에 대해 국내 증권가에서는 '예측불가'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뚜렷한 전략 방향성이 없던 G마켓이 전략 파트너를 확보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JV 설립을 통한 뚜렷한 시너지 효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을 둘러싼 부정적인 인식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해외 직접구매(직구) 채널이라는 인식이 강한 알리익스프레스는 지금까지 각종 유해물질 검출로 국내 소비자들의 우려를 키워왔던 게 사실이다. 여기에 자정 노력에도 사리지지 않는 가품(짝퉁) 논란을 G마켓으로 물타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 가능성도 크다.
결국 주사위는 던져졌고,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지각변동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기존 쿠팡과 네이버 양강 체제를 무너뜨리는 '신의 한 수'가 될지 신세계와 알리바바가 동반 추락하는 '자충수'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CWN 손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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