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강진에 TSMC 생산 차질 우려 여전…공급망 재편 필요성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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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직원이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CWN 소미연 기자]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1위 추격전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총 440억달러(약 60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생산단지 확장, 최첨단 패키징 라인 추가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발표한 170억달러보다 두 배 이상을 투입해 위탁생산 뿐 아니라 호황기에 진입한 AI 반도체 생산시설을 구축, 시장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으로 읽힌다.
공식 발표는 오는 15일로 추정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지 유력 경제지들은 미국 상무부의 보조금 지원 발표와 함께 삼성전자의 추가 투자 계획이 동시 공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심은 바이든 대통령의 행사 참석 여부다. 앞서 애리조나주 피닉스 소재 인텔의 공장에 방문해 보조금 지원을 발표한 만큼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출장길에 오를 수 있다.
투자가 완료되면 삼성전자는 테일러 단지에서 칩 제작 공정(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테스트)을 원스톱으로 처리해주는 '패키징 턴키(일괄)' 서비스가 가능하다. 턴키 전략은 AI 산업의 최전선인 미국에서 엔비디아, AMD 같은 AI 가속기 전문 고객사를 겨냥한 비장의 무기다. 공급망 단순화가 고객사에 매력적인 요소로 부각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파운드리와 최첨단 패키징으로 구성된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칩을 팹리스 설계대로 만들어주거나, GPU·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성능 D램을 묶어 하나의 칩처럼 작동하게 하는 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패키징 역량 강화를 위해 DS부문 내 전담 조직으로 어드밴스트 패키징(AVP)팀을 만들기도 했다.
업계에선 대만 강진에 따른 삼성전자의 반사이익을 또 다른 기회 요소로 분석한다.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공급망 다변화에 최적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TSMC가 직간접적으로 지진 피해를 입게 되면서 그간 업계의 우려를 샀던 의존도 문제가 다시금 화두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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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장 모습. 사진=경계현 DS부문장 사장 SNS |
대만 대표 기업인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한다. 메모리 반도체 강자로 불리는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분야에선 TSMC에 밀려 만년 2위다. 삼성전자가 10%대 초반 점유율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추월하긴 어렵다.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지 50주년을 맞이한 올해를 원년으로 삼아 5년 내 TSMC를 따라잡을 계획이다.
대만 지진은 변수다. TSMC는 지난 3일 강진 발생 이후 주요 팹(생산시설) 복구율을 연이어 발표하고, 일본 구마모토현에 제2공장 추가 건설 계획을 알리며 공급망 불안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웨이퍼 불량 생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공장 재가동과 별개로 품질 회복을 위한 완전 복구까진 시간이 좀 더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더욱이 예상보다 피해가 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복구 속도가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의 한국 법인 소속 엔지니어들이 대만에 파견돼 복구 지원에 나섰다는 게 방증 사례다. 2016년 6.4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TSMC의 웨이퍼 납품은 최대 두 달 지연된 바 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추격에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관건은 수율이다. 업계는 TSMC의 파운드리 기술력이 삼성전자보다 1~2년 앞서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GAA는 삼성전자가 최초 개발한 기술로 기존 핀펫(FinFET) 기술보다 반도체 전력 소모와 성능을 개선했다. 3나노 공정으로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제품의 안정적인 양산을 시작하고, 내년 2나노 선단 공정의 양산을 준비할 계획이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지난 3월 20일 주주총회에서 "고객사를 밝힐 순 없지만 미국 중심의 선단 고객군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가동률 향상으로 하반기가 되면 의미 있는 숫자로 회복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덧붙였다.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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