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 발목 잡힌 반도체 법안 '어쩌나'

소미연 기자 / 2024-12-12 17:36:59
K칩스법 반쪽 통과, 반도체특별법 무산 가능성에 한숨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망 확보 불투명…조성 지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국내 반도체 업계가 겹악재를 맞았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및 지원을 위한 법안 처리가 사실상 중단됐다. 관련 법안의 연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면서, 반도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골든 타임마저 놓칠 수 있다는데 업계의 우려가 크다.

특히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추진하던 '반도체특별법(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은 무산 가능성이 점쳐진다. 핵심 쟁점인 반도체 연구개발(R&D) 종사자의 주 52시간 근로 규제 완화 방안이 여야 합의점을 찾지 못한데다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법안 논의를 위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도 지난 10일 개최 예정이었으나, 끝내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특별법은 정부의 보조금 지원 근거는 물론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인허가 간소화, 특별회계 신설 등이 담겼다. 여야 쟁점을 제외하면 이견이 없는 내용이다. 법안 발의를 반겼던 반도체 업계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만약 법안 무산이 현실화되면 기업들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사실상 전무하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자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역량 강화에 나선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실제 경쟁국들은 앞다퉈 자국의 반도체 기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은 최근 마이크론에 61억6500만달러(약 8조850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 지급을 확정했다. 일본은 지난달 반도체 산업에 10조엔(약 90조원)을 지원하는 종합경제대책을 발표했고, 중국도 역대 최대 규모인 64조원의 반도체 투자기금 '빅펀드'를 조성했다. 이대로라면 반도체 산업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전력망법(전력망 확충 특별법)'도 언제 논의가 재개될지 불투명하다. 해당 법안은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전력 공급을 위해 인허가 절차 간소화, 주민 수용성 제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 통과가 늦어질수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참여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시기도 그만큼 지연될 수 있다. 산자중기위에 제출된 법안 검토서에 따르면, 오는 2050년부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연간 필요 전력이 10GW(기가와트) 이상이다.

가까스로 본회의 문턱을 넘은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반쪽짜리'로 평가된다. 새로운 세제 혜택 없이 일몰기한을 올해 말에서 3년 연장하는 내용만 담아 지난 10일 통과시킨 것이다. 당초 여야는 투자세액공제율을 기존 15%에서 20%로 5%p 높이고, 1%에 불과했던 R&D용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20~30%까지 상향하는데 합의했으나 탄핵 정국 속에서 무산됐다.

업계 관계자는 "신속 처리돼야 할 반도체 관련 법안들이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스스로 자구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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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연 기자

소미연 기자 / 산업1부 차장

재계/전자전기/디스플레이/반도체/배터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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