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화학·ICT 3단계 진화…롯데 3세 경영 기반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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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이노베이트의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를 통해 구현될 아바타는 체형, 피부톤, 머릿결 등 개인의 취향에 맞게 설정할 수 있다. 사진=소미연 기자 |
[CWN 소미연 기자] 롯데가 더 똑똑해졌다. 지금까지 유통 강호에서 화학 명가로 발돋움하며 그룹 각 계열사의 고른 성장과 더불어 미래 역량을 키워 왔다면 이제는 ICT(정보통신기술) 리딩 기업으로 다시 한번 도약해 '뉴롯데'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뉴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내세운 쇄신의 키워드이자 비전이다. 동시에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전무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업이다.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신 전무에게 신사업 발굴이라는 중책이 맡겨진 것도 같은 연장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 전무는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롯데지주에 신설된 미래성장실을 이끌고 있다. 그룹의 성장 동력과 신사업 발굴을 책임지는 조직으로, 신설 당시 실장에 선임됐다. 신 전무가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인데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하고 있는 만큼 바이오를 필두로 신사업이 활기를 띨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헬스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이 그룹에서 꼽은 4대 신성장 테마다. 여기에 AI(인공지능)와 메타버스를 비밀병기로 내세웠다.
특히 메타버스는 신 전무가 공들이고 있는 신사업으로 알려졌다. 지난 28일 열린 롯데지주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주주들에게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롯데 관계자는 "다양한 신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번에는 주주들이 실제로 체험해 볼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전시관을 마련했다"며 주주를 향한 진심, 신사업 육성 의지를 피력했다. 신사업 전시관은 △메타버스 △ABC(AI·Big Data·Cloud) △모빌리티(자율주행·전기차 충전) △라이프 플랫폼 등 4개 테마로 롯데월드타워 31층 로비에 꾸며졌다. 주총장 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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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버스는 상호작용 기능을 보완해 2D에서 경험하지 못한 체감 효과를 높였다. 사진=소미연 기자 |
주총장을 찾은 주주들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4'에서 신 전무가 체험한 것처럼 HMD(Head mounted Display)를 머리에 장착하고 아이돌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PC와 모바일을 넘어 다양한 장비를 통해 메타버스 체감 효과를 높였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같이 가상현실(VR) 촬영과 합성 기술을 통해 개발한 롯데의 메타버스 플랫폼이 바로 '칼리버스(CALIVERSE)'다.
사업 확장성은 무궁무진하다. 쇼핑, 엔터테인먼트부터 최첨단 기술을 요하는 의료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공연장 속 응원봉이 수술실 내 메스(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사업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롯데는 초실감, 실시간, 상호작용(쌍방 소통)을 미래 과제로 삼고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사업을 주관하는 롯데이노베이트는 일반인에게 전면 오픈하는 완전 개방형 서비스를 연내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는 베타 서비스 중이다.
관계자는 "저희가 지금 열심히 만들고 있지만 앞으로는 유저들이 만들어갈 세상이다"면서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에 한계나 한정을 두지 않고 가상과 현실을 계속 연계해 가면서 비즈니스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칼리버스를 활용하면 가상공간에서도 실제 인물 모습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다. 일종의 아바타다. 고객은 아바타를 직접 만들고, 조정하면서 가상 쇼핑몰을 방문해 실제 판매 중인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구매한 상품은 롯데 유통망을 통해 배송까지 책임진다는 게 롯데의 구상이다. 향후에는 플랫폼 안에서 유저 간 거래도 가능하게 만들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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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이노베이트는 그룹 AI 통합 플랫폼 '아이멤버'를 기반으로 개인 비서 수준의 맞춤형 AI 서비스 도입을 준비 중이다. 사진=소미연 기자 |
전시관에서 취재진을 만난 관계자들은 저마다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칼리버스가 현재 메타버스 플랫폼 가운데 으뜸이라고 말할 정도다. 실제 주주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테마도 메타버스였다. 신 전무의 관심 사업이 미래 시장을 관통할 것이란 안팎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룹 내 롯데이노베이트의 위상도 한층 높아졌다.
롯데이노베이트는 롯데정보통신 전신이다. 기존 사업 영역인 IT 서비스를 넘어 신기술을 접목한 ICT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지난 21일 열린 자사 주총에서 사명을 변경했다. 실제 롯데이노베이트는 메타버스 외에도 전기차 충전, 자율주행 등 다양한 신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룹 전 계열사에 도입된 AI 플랫폼 '아이멤버(Aimember)' 개발도 롯데이노베이트의 성과다. 관계자는 "추가 학습을 위한 파인 튜닝(Fine tuning)을 할 수 있는 기술력이 회사 내에 있다는 게 가중 중요하다"면서 "외주에 맡기면 오픈하고 끝인데, 우리는 주기적으로 학습이 가능해 지속력이 높다"고 강조했다.
전시관에는 신 회장이 힘을 실어주고 있는 전기차 충전 사업도 소개됐다. 롯데이노베이트 자회사 이브이시스에서 개발한 1㎿(메가와트)급 충전기 모형을 전시한 것이다. 현존하는 전기차 충전기 가운데 용량과 속도면에서 압도적이다. 관계자는 "아직 상용화 전이지만 향후 선박, 대형트럭, UAM(도심항공교통) 등 전동화 전환이 이뤄지면 고용량, 초급속이 중요해질 것이다"면서 경쟁력을 자신했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전기차 충전 부문 매출액에서 업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5일엔 충북 청주 소재의 이브이시스 청주 신공장을 신 회장이 방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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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이노베이트 자회사 이브이시스에서 개발한 1㎿(메가와트)급 충전기의 모형이다. 상용화 전이지만 제조는 가능하다. 사진=소미연 기자 |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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