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이 강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국어면 국어, 수학이면 수학 등 어느 한 분야의 우물을 깊게 파는 것이 이전 세상에서 추구되는 이상적인 전문가의 모습이었다면, 현대 사회에서는 각 분야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다방면에 능통한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인문학적인 통찰력을 가지고 IT 업계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던 스티브 잡스만 생각해도 그렇죠.
혹시 STEAM 교육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STEAM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인문·예술 (Arts), 수학(Mathematics)의 머리글자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전혀 상극인 분야처럼 여겨졌던 인문과 예술이 과학 계열과 융합되는 것이 요즘 교육의 트렌드예요.
이와 더불어, 교육 업계를 휩쓸고 있는 '코딩'에 대해서도 생각해봅시다. 2019년도부터 초등학교에 코딩 교육이 의무화된 것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증명하죠. 요즘 대학교에서도 학과를 가리지 않고 소프트웨어 과목이 필수 교양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경영학과에 들어간 동갑내기 친구조차도 파이썬을 공부하며 머리를 싸매고 있었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요. 기업이나 대학교 모두 '융합적 사고를 갖춘 창의적인 인재'를 찾고 있는데, 이 추상적인 말을 마주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융합해야 할지, 내가 배우고 있는 이 기초 과목이, 혹은 나의 학과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기술과 어떻게 연결될지 뜻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왜 배울까?] 시리즈를 통해서 다양한 학문과 AI, 사물인터넷 등 신기술 간의 연결성들을 알아보고 궁극적으로 사회가 추구하는 '융합형 인재'란 무엇일까 고민해보고자 해요.
그리고 그 첫 스타트는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중에서도 국어. 사회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언어'라는 수단에 인공지능이 어떻게 녹아들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컴퓨터가 사람 말을 하다니요?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 / 출처=이루다 홈페이지
얼마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루다'를 아시나요. 여러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출시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비스가 중지되었지만, 마치 진짜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들은 인공지능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서 말해주는 듯했어요. 이전까지의 정형화되거나 부자연스러운 인공지능 챗봇들을 생각하고 이루다를 별 기대 없이 사용해 본 저 또한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정말 수많은 서비스 직종들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점차 사람의 언어 구사력을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고 있는 AI. 그 핵심에는 '자연어 처리' 기술이 있습니다.
자연어 처리와 비지도 학습, 강화 학습
자연어 처리는 말 그대로 자연어, 즉 우리가 자연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처리하는 분야입니다. 사람 간에 오가는 셀 수 없이 많은 대화 내용을 수집해 분석하고 패턴을 찾는 거예요.
이러한 자연어 처리에서 활용되는 학습 방식을 '비지도 학습'이라고 합니다.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 무슨 말이냐고요? 쉽게 말해 정해진 정답이 없는 학습이에요. 'A라는 입력을 주면 B라는 출력이 나와야지'를 직접 가르치는 것이 '지도 학습'인 것에 반해, 비지도 학습은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컴퓨터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거죠.
대화 내용을 주면 컴퓨터는 주어, 목적어, 서술어 등 문법적인 학습뿐만 아니라 대화의 맥락, 주제, 습관 등을 찾고 컴퓨터만의 방식으로 사람의 언어를 이해합니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문장들을 잘게 쪼개도 봤다가, 앞뒤 이해관계를 살펴보거나 하는 이런저런 방법들을 통해서 말입니다. 정해진 답을 좇는 것이 아니라 규칙을 찾아낸다는 말이 이해가 가시나요?
또한 자연어 처리에서는 '강화학습'이라는 영역도 사용됩니다. 사람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듯, 컴퓨터도 똑같이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겁니다. 성공하면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답을 찾아가도록 유도시키는 방식이에요.
무궁무진한 자연어 처리의 세계
자연어 처리는 비단 챗봇에서만 활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언어가 적용되는 수많은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어요. 대표적으로 중요한 문서를 작성할 때 필수적인 맞춤법 검사기나, 사람의 음성을 이해하고 명령을 실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 스피커가 있습니다.
또한, 사람의 언어에 숨겨져 있는 감정을 분석하고 그에 알맞은 대응을 해주는 '감성 인공지능'에도 자연어 처리가 활용됩니다. 그렇게 보니 로봇은 공감 능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도 다 옛말인 셈이지요. 이를 활용해 노인들의 말동무가 되어주는 인공지능 로봇들이 개발되는 등 사람을 위로하는 '감성 인공지능'이 새롭게 연구되고 있습니다.
아직 자연어 처리 시스템이 완벽하게 사람의 말과 행동을 구현하지는 못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무한히 인터넷에 쏟아내는 감정 섞인 문장들이 데이터가 되고 있으니 언젠가는 인간과 전혀 구별가지 않는 인공지능이 나올지도 몰라요. 내가 대화하고 있는 당신이 컴퓨터일지도 모른다니, 좀 오싹한가요?
이렇게 첫 편에서는 가볍게 인공지능이 언어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사실 엄청난 변수들이 존재하는 인간의 '언어'를 컴퓨터와 융합시킬 시도를 했다는 것부터 전 신기했었답니다. 앞으로 언어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활약이 기대돼요.
후속 기사에서는 수학적인 관점에서 좀 더 인공지능의 작동 방법을 세밀하게 살펴보도록 할게요.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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