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SNS와 디지털 디바이드] 클럽하우스·음 등 소셜 오디오 플랫폼, 무의식적으로 청각장애인 배제한다?

이재현 / 2021-07-14 16:34:39

음성 SNS는 올해 2월쯤 클럽하우스의 등장으로 화제가 됐다. 클럽하우스 돌풍이 사그라든 지 몇 달이 지난 후인 6월 8일, 카카오가 ‘음'이라는 유사 앱을 출시했다.

소셜 오디오 플랫폼의 차별화된 특징은 오디오로만 채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대화방에 참여할 수 있고 대화 주제는 토론, 정보 공유, 일상 대화 등으로 다양하다. 최근 출시된 ‘음'을 사용해보니 문득 의문이 든다. 음성 SNS는 농인들을 배제하는 플랫폼이 아닌가?

디지털 접근성과 디지털 정보격차의 문제는 예전부터 제기돼 왔다. 장애인은 저소득층, 농어민 및 장노년층과 함께 정보 취약계층에 속한다. 이러한 예시들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 영상의 자막 유무에 따라 농인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제한된다. 자막 자동 생성 기능이 있지만, 말을 하는 사람의 발음에 따라 정확도가 달라지고, 한 음절씩 자막이 생성되어 읽기 불편하다. 인포그래픽이나 이미지를 포함한 문서 자료는 스크린 리더로 읽히지 않아 텍스트를 제공하지 않는 자료일 경우 시각장애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다.
온라인 결제 또한 카드 번호를 점자로 확인하거나 음성으로 인식하는 방도가 없어 카드 번호와 비밀번호를 유출하여 결제할 수밖에 없다. 온라인 수업, QR 코드 체크의 어려움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디지털 접근성은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음성 SNS로 다시 돌아와 보자. 음성 채팅뿐만 아니라 영상, 문자 채팅도 가능한 다른 SNS도 많다. 그럼 농인들은 다른 SNS를 선택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물론 다양한 종류의 플랫폼이 존재하고, 청인 중에서도 ‘음'과 ‘클럽하우스'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청인들에게 이 앱들은 선택과 취향의 문제이다. 농인들에게는 선택할 권리조차 없다. 이렇게 디지털 공간에서도 소수자들은 배제되고, 청능주의는 일상생활에 더 깊이 스며든다.

‘음'에 자체 실시간 음성 텍스트 변환 기능을 추가했으면 어땠을까. 음성 채팅이라는 특성이 주는 신선함을 희석한다는 불만을 토로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기능을 설정 옵션의 하나로 두는 한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대화방에 참여할 수 있다. 텍스트 음성 변환은 조금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술인 TTS(Text to Speech)와 유사한 기능을 사용하여 인공지능 음성을 송출할 수 있겠으나 대화방에서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기술적 측면과 아울러 대화방 참여자들의 인식과 포용성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여태 “따뜻한 기술"이라는 제목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기술들이 출시되었다. 비장애 중심 사회에서 기술은 장애라는 불완전성을 채워주기 위해 출시되었고, 오직 시혜와 온정의 시선으로만 보여왔다.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을 위한 기술을 분리시켜 생각할 이유는 없다. 애초에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염두에 두고 개발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이미 출시된 프로그램의 접근성을 항상 하기 위해서 부가적인 프로그램을 출시하는 데 그치고 있다. 접근성에 대한 고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앞서고,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화해야 업계의 변화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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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IT/Tech, 금융, 산업, 정치, 생활문화, 부동산, 모빌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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