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고발 사건으로 절친 정기선과 자존심 싸움 비화

[CWN 소미연 기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공격적 경영 행보는 미래 먹거리 육성에 초점을 둔다. 그룹 모태인 방산과 캐시카우로 부상한 태양광 및 청정수소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우주항공, 로봇 부문 등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해 가고 있다. 특히 조선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 지난해 5월 출항한 한화오션은 육해공을 아우르는 '한국판 록히드마틴'을 목표로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한화오션의 전신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주도한 사람이 바로 김 부회장이다.
현재 김 부회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돼 이사회 일원으로 한화오션의 '경영 전반에 관한 업무'를 맡고 있다. 그룹 안팎에선 책임 경영의 일환으로 설명한다. 적자 탈출 및 체질 개선을 통한 경영정상화, 해외 시장 확장 지원에 '차기 총수'가 직접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평소 언론과 거리를 뒀던 김 부회장이 한화오션의 데뷔전으로 불린 'MADEX(국제해양방위산업전) 2023'에 깜짝 등장해 마이크를 잡고 기자간담회까지 진행했다는 점은 한화오션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실제 취재진 앞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많은 투자와 중장기적 전략을 세우겠다"며 "단순한 이윤 극대화보다는 국가 안보와 세계 속의 한국 방산 역사를 확대해 나가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공언했다. 때문에 재계에선 한화오션이 '제2의 한화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김 부회장의 두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란 공통된 해석을 내놨다. 태양광 사업 성공으로 총수 후계자로서 입지를 굳혔다면 조선 사업이 경영권 승계 속도를 좌우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한화오션의 HD현대중공업 고발 사건은 한국형 구축함(KDDX) 수주전 과정에서 빚어진 양사의 갈등을 넘어 김 부회장의 결단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앞서 한화오션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게 KDDX 개념설계 유출 혐의로 HD현대중공업 임원을 수사해 달라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언론 설명회까지 열고 "공정성 확보를 통해 도약하는 K-방산의 신뢰가 금가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화오션이 말하는 '공정성'은 관행적으로 이뤄진 HD현대중공업의 불법 행위에 대한 질타이자, 이에 상응하는 후속조치로 정부 차원에서 재발 방지에 나서야 한다는 읍소다. 회사 측은 "경쟁업체 간 이해관계 문제가 아닌 함정 관련 국방 사업의 신뢰가 걸린 중대 사안"이라며 "정부가 면죄부를 제공하면 불법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사건으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유죄를 확정받았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국가계약법상 부정한 행위에 미해당 △제척기간 경과 △대표나 임원의 개입을 증명할 만한 객과적 사실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제재 처분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KDDX 건조 사업 입찰 참가 자격을 유지했다. 한화오션은 재심의를 촉구했다.
한화오션의 강경 대응은 조선 사업에 대한 김 부회장의 강한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재계 절친으로 알려진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전면전까지 감수한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한화오션이 이번 고발에서 거듭 언급하고 있는 부분도 조직적·계획적 범죄 행위에 대한 고위급 임원의 개입 가능성이다. 따라서 재계의 시선은 한국 조선업을 이끌고 있는 김 부회장과 정 부회장이 향후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간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지 그 방법론에 쏠리고 있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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