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알못 표류기] 게임 정글 한가운데 서다…‘로블록스’ 대모험
신현준 기자
kyu0406@naver.com | 2026-05-27 11:43:10
게임이라는 정글에 덩그러니 남겨지면 이런 느낌일까.
게임을 켰는데 시작 버튼이 보이지 않았다. 보통의 게임이라면 화면 한가운데에 ‘PLAY’나 ‘게임 시작’ 버튼이 크게 박혀있기 마련인데, 로블록스(Roblox)는 달랐다. 화면을 가득 채운 건 이미 수없이 펼쳐진 낯선 게임들의 포스터였다. 공포, 레이싱, 역할극, 시뮬레이션, 장애물 넘기까지 장르도 제각각이었다. 사방에서 번쩍이는 화려한 썸네일 속에서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다 단순한 의문이 먼저 들었다.
<겜알못의 게임 플레이 두 번째 리뷰 게임으로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상 세계, ‘로블록스’를 골랐다. 앞서 첫 리뷰였던 ‘컴투스프로야구V26’이 정해진 규칙 안에서 야구 경기를 직접 플레이하는 방식이었다면, 로블록스는 출발선부터 완전히 달랐다. 하나의 게임을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게임 숲 한 중간에 혼자 놓여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경험한 로블록스는 하나의 정형화된 게임이라기보다, 유저들이 만든 게임들이 모여 있는 ‘플랫폼’이었다. 이용자가 직접 만든 게임을 다른 이용자가 즐기고, 그 안에서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거나 아바타를 꾸미는 식이다. 평소 스포츠게임만 주로 하며 ‘로그인 후 바로 한 판’에 익숙했던 기자의 예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첫인상은 자유로웠지만, 초보자에겐 그 자유가 곧 막막함이었다. 메인 화면에 수많은 추천 게임이 떠올랐지만, 어떤 게임이 나 같은 초보자에게 맞는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가이드는 없었다.
무작정 몇 가지 게임을 눌러 들어가 보니 혼란은 더 커졌다. 어떤 게임은 들어가자마자 눈앞의 장애물만 피하면 돼서 직관적이었던 반면, 또 다른 게임은 맵 안을 몇 분 동안 정처 없이 돌아다녀도 목표가 무엇인지조차 알기 어려웠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높은 자유도는 분명 큰 매력이었지만, 첫발을 디딘 뉴비에게는 불친절한 진입장벽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플레이 시간을 늘려가다 보니, 왜 수억 명의 유저들이 이곳에 머무는지 차츰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승패를 가르는 룰만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친구들과 가상 공간을 걸어 다니며 대화하는 것 자체가 목적인 게임도 많았다. 승리를 위해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넓은 놀이터 안에서 각자 마음에 드는 놀이를 찾아 즐기는 느긋한 재미가 있었다.
콘텐츠의 지속성 면에서도 강점이 뚜렷했다. 하나의 게임이 지루해지면 로그아웃할 필요 없이 곧바로 옆 동네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면 그만이었다. “이건 또 어떤 세계일까?” 하는 호기심이 끊임없는 클릭으로 이어졌다.
다만 수많은 선택지 사이에서 게임을 고르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어느 순간에는 게임을 ‘즐기고’ 있는 건지 게임을 ‘쇼핑’하고 있는 건지 주객이 전도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초보 유저를 위해 “처음 접속했다면 이 맵부터 시작해 보세요”라는 식의 동선 안내가 조금 더 명확했으면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아바타 꾸미기 시스템은 직관적이어서 흥미로웠다. 옷을 바꾸고 머리 모양을 고르며 나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은 겜알못에게도 전혀 어렵지 않았다.
다만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발견해 클릭하다 보면 어김없이 유료 재화인 ‘로북스’ 결제창과 마주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무료 아이템도 있지만,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상품들은 대부분 유료였다. 플랫폼 내에 분별력이 부족한 어린 유저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분별한 결제를 막기 위한 보호자의 세심한 관리가 반드시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결론적으로 로블록스는 게임 초보자에게 아주 친절한 공간은 아니었다. 처음 접속했을 때의 막막함과 게임마다 제각각인 조작 방식에 적응하기까지 어느 정도의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투박한 네모 세계의 규칙을 조금씩 이해하고 나자 이 플랫폼의 진짜 매력이 보였다. 꼭 게임을 잘하지 못해도 가상 세계 속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무궁무진하고, 질리면 언제든 다른 세계로 이주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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