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포츠카드 시장, 주식과 예술 작품 거래 시장과 비슷합니다"
고다솔
desk@codingworldnews.com | 2023-01-10 09:43:34
코로나19 확산세 영향으로 해외에서는 스포츠 카드를 찾는 이들이 급격히 증가했다.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설적인 선수 카드는 물론이고 예상치 못한 선수 카드가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큰돈에 판매되는 사례가 증가했다. 그렇다면, 국내 스포츠 카드 시장의 상황은 어떨까?
이에 가로수길의 스포츠 카드 매장인 포카드(4cards)의 김성훈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 포카드 매장과 서비스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포카드는 2014년, 울산에서 문을 열고 스포츠 카드 거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울산에서 5년 넘게 운영하다 2020년 7월, 매장 본점을 가로수길로 이전했습니다. 저희 포카드는 미국 스포츠 카드 기업 파니니(Panini)와 제휴를 맺고 국내 시장에 카드 유통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또, 2021년에는 국내 스포츠카드 제작사 탑브레이커와 함께 국내 스포츠 카드 시장 공략을 위해 자체 브랜드인 VIA를 설립했습니다. VIA는 여자프로농구(WKBL) 협회와 라이선스 계약 후 국내 스포츠 카드 제작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LG와 두산 라이벌 선수 카드 야구박스도 출시했습니다.
- 대표님께서 스포츠 카드 매장 운영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1990년대에는 동네마다 스포츠 카드 매장이 한 곳씩은 있었어요. 혹은 연예인 카드를 판매하는 동네 문구점에서 스포츠 카드를 구매할 수 있었어요. 당시 스포츠 카드 구매에 관심을 갖고, 카드를 열심히 모았어요. 그러다 IMF 이후 국내 스포츠 카드 매장이 줄줄이 폐업하면서 스포츠 카드 구매를 자연스럽게 중단하게 되었어요.
한동안 스포츠 카드를 잊고 살다가 2013년, 류현진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어요. 당시 류현진 선수 카드가 등장했고, 취미로 스포츠 카드를 다시 수집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1년 후인 2014년, 울산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2013~2014년은 류현진 선수의 영향으로 국내에 스포츠 카드 시장이 다시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던 때이기도 합니다.
- 해외 스포츠 카드 거래 시장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거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국내 시장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거래 수요가 변했는지 궁금합니다. 또, 국내 시장 분위기도 알고 싶습니다.
해외 시장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스포츠 카드를 찾는 고객이 증가했어요. 가로수길로 이전했을 당시 매장에는 카드 구매를 위해 매장을 찾는 손님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어요. 당시 매장 문을 열었을 때부터 조금도 쉴 틈이 없을 정도였어요.
2020년 매장을 찾는 손님 중에는 순수하게 특정 스포츠 구단이나 선수가 좋아서 취미로 카드를 모으려는 고객도 있었어요. 하지만 스포츠 카드 가치가 급등하여 재테크 목적으로 찾는 고객도 많았어요. 하루는 중년의 여성 고객께서 1997년 마이클 조던 싸인 카드를 문의하신 적이 있었어요. 스포츠 카드 고점이라고 판단하고 스포츠 카드에 투자하려는 고객이었지요.
스포츠 카드 시장은 주식 시장과 예술 작품 거래 시장을 혼합한 것과 성격이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저점과 고점 예측이 불가능한데다가 선수가 놀라운 기량으로 특정 경기에서 주목받거나 상승세를 타던 중 부상을 입는 등의 상황이 카드 가치 변동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스포츠 카드는 달러 거래가 가능한 자산이면서 가볍고 크기가 작아 투자하기 좋다고 판단하는 이들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스포츠 카드 시장이 하락장으로 전환한 상태입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특별히 인기가 높지 않았던 싱글 카드가 코로나19 이후 7배 넘게 상승했지만, 최근 1/5 수준으로 가치가 폭락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요. 특히, 인지도가 높지 않은 카드의 가치 하락 폭이 커요. 반대로 레어 카드나 전설적인 선수, 현직 스타 선수 카드는 인기와 가치가 여전히 높은 편이고, 하락세의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스포츠 카드 가치가 하락하다 보니 재테크 목적으로 카드를 찾는 고객이 이전보다는 줄어들었어요. 현재 스포츠 카드를 찾는 고객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어요. 먼저, 선수나 구단의 열광적인 팬입니다. 두 번째는 순수하게 카드 팩이나 박스 개봉을 즐기는 고객입니다. 팩과 박스에는 카드가 임의로 담겨있어 운이 좋으면 희소성이 매우 높은 카드를 얻는 희열을 느낄 수 있어요. 마지막은 지금이 스포츠 카드 저점 투자 기회라고 판단하고 재테크로 카드를 구매하는 고객입니다.
구매 목적을 떠나 국내 스포츠 카드 고객은 30대 후반~40대 고객의 비율이 가장 높아요. 대부분 IMF 직전 동네 스포츠 카드 매장이나 문구점에서 용돈을 모아 카드를 구매한 경험이 있던 이들입니다. 그리고 저와 비슷하게 국내 스포츠 카드 매장이 줄어들면서 한동안 스포츠 카드를 찾지 않다가 류현진 선수의 영향으로 스포츠 카드에 다시 주목하면서 저희 포카드 매장을 찾는 분들도 많습니다.
- 해외 스포츠 카드 시장 상황도 간단하게 알 수 있을까요?
해외 시장을 이야기하자면, 미국 시장에서는 야구 카드 인기가 높은 편입니다. 하키 카드는 캐나다 시장이 가장 큰 시장입니다.
그리고 중국 스포츠 카드 시장 규모가 매우 커요. 중국은 축구, 농구 등 여러 스포츠가 인기가 많아요. 국내 시장과 달리 특정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카드 구매로 이어져요. 중국에서 스포츠 카드 수요가 높은 이유는 이른바 ‘과시’ 문화와 인구가 많다는 점도 스포츠 카드 시장 규모에 영향을 미쳤다고 봐요. 현재 중국은 NBA 카드의 최대 시장입니다.
- 해외 스포츠 카드 시장은 카타르월드컵 전후로 축구 카드 수요와 가치가 상승했습니다. 국내 시장도 월드컵이 수요 변화에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네. 월드컵을 기점으로 축구 카드 수요와 가치 변화가 이어졌어요. 특히, 메시와 음바페 등 스타 선수 인기가 매우 높고, 스포츠 카드 시장 가치 폭락의 영향이 적은 편에 해당해요. 루키 카드 중에서는 최근 리버풀 이적 소식이 보도된 코디 각포 카드 인기가 가장 높은 편입니다.
그리고 국내 선수 카드는 손흥민 선수 사인 카드와 한정판 레어 카드 인기가 높아요. 그런데 손흥민 선수가 사인을 워낙 많이 해, 최근 들어 사인 카드 가치가 조금 감소했어요.
- 스포츠 카드 구매 경험이 없는 초보자는 어떤 방식으로 입문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 부분은 개인 성향 차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정보가 없는 분들은 스포츠 카드 관련 네이버 카페에 가입하여 먼저 정보를 수집하고, 개인적인 관심사에 따라 카드를 모을 것인지 혹은 재테크 목적으로 구매할 것인지 결정하는 방법도 있어요.
만약, 재테크가 목적이라면, 손실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유튜브와 이베이 등으로 카드 정보와 시세, 최근의 경매 동향 등을 함께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농구 카드보다 야구 카드가 가치 변동성이 더 큰 편입니다. 야구는 선수 콜업 시점과 콜업 후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여 폭발적인 경기력을 선보일 때가 주로 카드 가격이 상승할 때입니다. 그리고 이때 카드를 판매하기도 하지요. 또, 재테크로 야구 카드를 구매할 때는 선수의 잠재력을 보는 안목도 중요해요. 따라서 유튜브로 마이너리그 경기까지 시청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래도 투자 위험성을 더 줄이고자 한다면, 슈퍼스타 카드 위주로 구매하는 것이 안전한 편입니다.
- 스포츠 카드 제작과 유통은 어떤 과정에 따라 진행되나요?
VIA가 제작한 여자프로농구 카드 위주로 말씀드리자면, 가장 먼저 협회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야 해요. 또, 로고 사용권과 선수 초상권 확보도 필요해요. 초상권까지 확보하면, 카드 생산이 가능해요. 다만, 선수 사인 카드는 초상권 확보 이후 선수 개인이나 선수 에이전시와 별도로 추가 협상을 마쳐야 합니다.
카드를 완성한 뒤에는 제작하고자 하는 카드 체크 리스트 작성 후 카드 디자인을 제작합니다. 그리고 카드 품질 검사를 마칩니다. 선수 사인 카드를 제작하려면 선수 사인도 따로 받는 과정이 추가됩니다.
카드 제작이 완료되면 카드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등급 검사를 신청할 수 있어요. 해외 주요 카드 등급 평가 업체는 PSA와 BRG가 있어요. 등급 평가를 원한다면, 먼저 등급 평가 업체 웹사이트에 가입하고 등급 책정을 원하는 카드 정보를 작성하여 제출해야 합니다. 추후 업체에서 연락이 오면, 업체로 카드를 보냅니다. 해외 업체로 보낸 카드는 등급 책정 후 연락받고 국내에서 다시 받아보는 과정까지 약 6개월이 걸려요. 카드 등급 책정 절차 자체가 복잡해요. 실제로 제가 가장 낮은 레벨 카드 등급 책정 신청을 했을 때, 1년이 걸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가격이 낮아 등급을 책정할 수 없는 카드는 주로 국내 대행사가 있는 BRG에 문의해요. 또, BRG는 상대적으로 등급 평가 절차가 간편해요.
- 대표님께서 개인적으로 최근 별도로 눈여겨보고 있거나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카드가 있다면, 어떤 카드인지 알고 싶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갖고 싶었던 꿈의 카드는 97-98 스카이박스 루비 마이클 조던 카드입니다. 50장 한정으로 발행된 카드이고, 20년 전 국내에서 저지 넘버 카드가 등장해 화제가 됐어요. 그리고 97~99년도에 발행된 카드에 관심이 있어요. 특히, 97~99년도 카드는 많은 수집가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카드에 해당하기도 하고, 수요 대비 판매자가 적은 편이예요.
- 마지막으로 추후 스포츠 카드 사업 관련 계획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카드 유통 사업을 계속 이어갈 예정입니다. 동시에 앞서 말씀드린 브랜드 VIA로 국내 스포츠 카드 제작 사업 규모를 키워 나가고 싶어요. 여자프로농구와 야구 카드 이외에도 다른 스포츠 종목 카드도 제작하기 위해 차근히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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