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지는 春鬪②] "사운 걸린 분기점에…" 트럭시위 맞닥뜨린 'LG 핵심 계열사'

김정후 / 2024-03-13 05:00:48
LG엔솔 직원, 절반 이상 줄어든 성과급에 '반발'
타운홀 미팅 20일로 미뤄…직원 측 "일방적 연기"
▲LG엔솔 직원들이 지난달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3.5톤 트럭을 이용한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CWN 김정후 기자] 노조 반발로 재계가 요동치는 가운데 LG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도 노사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 계열사 LG에너지솔루션의 직원 1700여명은 지난달 3.5톤(t) 트럭과 스피커를 동원해 시위를 펼쳤다. 이들이 회사 측에 불만을 가진 이유는 성과급에 있다. 지난 1월 LG엔솔은 올해 경영성과급을 기본급의 340∼380%, 전체 평균으로는 362%로 책정했다고 임직원들에게 공지했다. 이는 870%였던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든 규모다.

사측은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로 성과급이 큰 폭으로 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재무제표상 이익으로 구분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을 성과급 산정 기준에서는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에 보조금 등의 혜택을 주는데 LG엔솔의 경우 미국 미시간 주 등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했다.

이에 지난달 2일 김동명 LG엔솔 사장 등 주요 경영진들은 타운홀 미팅을 열고 임직원들과 성과급 등 처우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 사장은 개선안 마련과 더 나은 대우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엔솔은 지난 4일 타운홀 미팅을 다시 열겠다고 했으나 약속된 날을 앞두고 아직 개선안 작업이 완료되지 않았다며 미뤘다.

직원 측은 '일방적인 연기'라며 강화된 트럭 시위를 예고했다. 실제로 직원들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 트럭 시위를 감행했다. '경영 목표 명확하게 성과 보상 공정하게’ 등의 문구가 게재된 트럭들은 전시회가 열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코엑스 일대를 순회했다.

LG엔솔은 LG그룹 안팎에서 '핵심 계열사'로 꼽히고 있다. LG화학 전지사업부를 전신으로 둔 LG엔솔은 지난 2020년 물적분할했다. 이어 2022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후 그룹 내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지난해는 다소 주춤했다. 실적은 사상 최대지만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점유율에서 중국 업체에게 0.3%p차 추격을 허용한 것이다.

이에 '차세대 배터리'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46파이(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의 경우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빠른 올해 8월부터 양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터배터리 2024에서는 김동명 사장이 직접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 "제대로 만들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회사로서는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시기에 내부 문제가 터진 셈이다. LG엔솔 관계자는 "지난 4일 예정됐던 타운홀 미팅이 이달 20일로 미뤄졌다"며 "직원들과 조만간 소통의 자리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과연 노사 갈등의 불길이 잡힐 지 업계의 시선이 주목되고 있다.

CWN 김정후 기자
kjh2715c@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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