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간 사업 접점 찾기 어려워 ‘인수 불투명’ 관측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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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아시스마켓 본사. 사진=오아시스 |
[CWN 조승범 기자] 신선식품 배송업체 오아시스마켓이 대형 오픈마켓인 11번가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오아시스가 11번가를 인수하면 오픈마켓과 직구 시장에 진출하는 등 한국 이커머스 업계에 새 판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인수 제의는 현금 투자 방식이 아닌 양사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 수익성 개선에 나선 11번가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 재무적 투자자(FI)인 나인홀딩스컨소시엄은 오아시스의 인수 제안서를 받고 매각 방법과 절차를 검토 중이다. 오아시스는 자사 주식 일부와 물류 관계사인 ‘루트’의 신주를 11번가 지분 100%와 맞교환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아시스마켓 관계자는 CWN에 “오아시스가 물류 계열사를 포함해 자사 지분을 11번가 지분과 맞교환하는 방식인 것으로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11번가 FI가 이런 방향성에 대해 언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11번가 인수 시 오아시스의 재상장 여부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은 상황”이라며 “현재 회사 입장을 정리하는 중이라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오아시스는 인수에 성공하면 11번가의 주력 사업인 오픈마켓과 직구 시장에 동시에 진출, 업계 1위인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와 경쟁하게 된다. 주목할 점은 오아시스가 물류 관계사인 루트의 신주를 11번가에 양도하기로 제안한 것이다. 이는 오아시스가 11번가에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며, 11번가의 수익성 강화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 협의가 오아시스의 기업공개(IPO)를 위한 몸집 불리기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아시스가 IPO를 목적으로 이번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시각에 동의한다”며 “오아시스가 규모의 경제를 갖춘 오픈마켓인 11번가를 인수하면 다양한 사업 경쟁력을 갖추게 돼 IPO추진에 긍적적인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1번가는 2022년부터 2년 연속 1000억원 이상의 영업 적자를 기록해 특단의 조치가 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 상태다.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나인홀딩스컨소시엄의 콜옵션(매수청구권)을 포기한 뒤 강제매각 절차에 돌입한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이에 11번가는 지난해 말부터 희망퇴직을 두 차례 시행하고 서울스퀘어에 있는 사옥이전을 추진하는 등 수익성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아시스의 기업가치를 5000억원 선으로 추정한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업적 측면에서 11번가와 오아시스는 그동안 어떤 접점도 없었다”며 “현재로서는 인수와 관련해 가능성을 검토 중이고, 구체화된 상황도 아니다”고 말해 이번 인수전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오아시스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옴니채널 전략과 물류 자동화 시스템인 오아시스 루트 등으로 잘 알려졌다. 현재 새벽 배송 폐기율 0%라는 실적을 바탕으로 서울 압구정·서초·잠실 등 60여 개 직영 매장을 보유 중이다. 오아시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7% 신장했으며, 지난해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754억원, 133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오아시스가 지난해 2월 부진한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IPO를 철회한 전력을 들어 이번 인수전을 통해 재상장을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CWN 조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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