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모터·엔진 합산 파워의 65%만 사용
중저속 전기차 가속감…고속에선 자연흡기 엔진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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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다 CR-V 하이브리드 4WD는 지난해 국내 판매를 시작한 월드 베스트세링 6세대 풀체인지 모델이다. 사진=강병현PD |
[CWN 윤여찬 기자] 시승 날을 참 잘도 잡았다. 지난달 말 폭우 속에 혼다 CR-V 하이브리드를 몰기 시작해 다음 날부턴 섭씨 35도 폭염 속 도로를 누볐다. CR-V는 한번도 칭얼대지 않았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아무 소리 없이 부드러운 주행을 시작한다. 동승자가 "이거 전기차냐"고 묻는다. 고속에 접어들자 자연흡기 2.0 가솔린 엔진이 동력의 바통을 이어받아 엔진음을 높인다. 그제서야 하이브리드인 걸 알아챈다. 어떤 악천후에도 달콤한 정숙성과 호쾌한 주행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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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다 CR-V 하이브리드는 듬직한 디자인과 그릴 하단에 포인트를 줘 스포티함을 살렸다. 혼다 앰블럼에는 반자율 주행을 위한 레이더를 적용했다. 사진=강병현PD |
혼다 CR-V는 글로벌 SUV 시장의 최강 모델 중 하나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3위권에서 테슬라 모델Y·토요타 라브4·혼다 CR-V가 경쟁한다. 최근 치고 올라온 전기차 모델Y를 제외하면 사실상 세계 판매 1~2위 장기집권 모델이다. 시승한 CR-V 하이브리드는 4륜구동 모델로 지난해 국내에 출시된 6세대 풀체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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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다 CR-V 하이브리드는 쏘렌토와 스포티지의 중간 크기로 스포티함을 겸비했다. 사진=강병현PD |
혼다 CR-V는 차체 크기로 보면 월드 스탠다드 그 자체다. 전장은 4705mm로 기아의 쏘렌토(4815mm)와 스포티지(4660mm) 사이고 KG모빌리티의 토레스와 동일한 수준이다. 축거는 2700mm로 2열도 여유롭다. 8단 리클라이닝이 가능해 장거리 주행에서도 동승자들이 만족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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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다 CR-V 하이브리드는 골프백 가로 배치 또는 2열 시트를 접을시 골프백 4개가 들어갈 만큼 넉넉한 트렁크 공간을 지녔다. 사진=강병현PD |
다이브 방식으로 2열을 접으면 골프백 4개가 들어갈 정도의 적재공간도 장점이다. 전세계인이 다 좋아할 만한 표준 사이즈로 보면 된다. 내외관에서 "아 멋지다"라고 감탄할 만한 디자인 요소는 별로 없어 보였다. 후미 추돌을 방지하는 커다란 리어램프 제동등이 기특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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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다 CR-V 하이브리드는 후면부 충돌 방지를 위해 대형 리어램프를 적용했다. 사진=강병현PD |
운전석은 플래그 타입의 커다란 사이드미러와 시원한 운전 시야를 보장하는 윈드실드가 돋보인다. 플로팅 타입의 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와 7인치 클러스터는 여전히 촌스럽다. 아기자기함이나 럭셔리한 요소는 전혀 없다. 즉각적인 조절이 필요한 버튼은 큼지막하게 물리버튼으로 빼놨고 장거리 운전에 적합하게 수납함을 여기 저기 큼직하게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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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다 CR-V는 직관적인 물리 버튼과 높은 내구성 재질로 인테리어를 처리했다. 사진=강병현PD |
대시보드는 햇빛에 오랜 세월 노출돼도 변하지 않을 만한 우레탄 재질로 처리했다. 에어컨 송풍구가 쇠창살처럼 생겨 좀 특이한 정도다. 허니콤 패턴의 메쉬 그릴이다. 기어 변속기도 우뚝 선 말뚝형으로 직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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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다 CR-V 하이브리드의 실내는 디자인 보다 기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사진=강병현PD |
본격 달리기에 들어서면 왜 전세계 판매 3위권인지 이해되기 시작한다. 전기모터가 184마력의 힘을 내고 32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그냥 전기차라고 해도 될 만큼의 힘이다. 여기에 엔진은 거들 뿐이다. 2.0L 앳킨슨 가솔린 엔진은 e-CVT 변속기와 맞물려 147마력을 별도로 낸다.
전기모터와 엔진의 힘을 더하면 수치상 무려 331마력이다. 하지만 CR-V 하이브리드의 공식 제원상 합산 출력은 215마력에 지나지 않는다. 전기모터와 엔진이 가진 합산 파워의 65% 밖에 쓰질 않는다는 얘기다. 중저속 구간에서 가속이 필요할 땐 전기모터가 강력한 힘을 내고 고속 구간에선 전기모터와 엔진이 함께 힘을 쓰거나 자연흡기 엔진이 단독으로 가속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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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다 CR-V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로만 184마력을 낸다. 사진=강병현PD |
일본 하이브리드 특유의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의 결합으로 내구성 끝판왕을 만들어 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고속으로 2~3시간을 몰아 붙였는데도 지금껏 다른 모델들에서 느꼈던 살짝 타는 냄새나 다리 아래로 느껴지는 엔진 열기 조차 없다. 1000km 이상의 장거리 주행이 일상화된 미국 시장에서 식지 않는 인기를 보이고 있는 이유다. 운전자는 바뀌어도 CR-V는 쉬지 않고 10시간 이상을 달리는 놀라운 내구성이라 할 수 있다.
거기다 일본차 특유의 고무 부싱류는 달콤한 주행 감성을 돕는다. 차체를 구성하는 플랫폼은 탄탄하지만 금속 부품들 사이에 들어가는 고무 부싱들은 오랜 세월에도 경화 되거나 찢어지지 않고 탄성을 유지하는 덕분이다. 주행을 거듭할 수록 고무 부싱류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1~2열 탑승객 모두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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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다 CR-V 하이브리드의 2열은 넉넉한 레그룸에 8단 리클라이닝이 적용돼 탑승객의 편안한 장거리 운전을 돕는다. 사진=강병현PD |
CR-V는 외관상 무게 중심이 높아 보이지만 실주행에서는 불쾌한 진동이나 출렁임이 적다. 유턴시 반경이 짧아 날렵하고 스티어링휠은 헐렁임 없이 타이트한 기어비가 돋보인다. 다만 고속주행에서 자연흡기 엔진이 특유의 배기음을 내더라도 이를 음미할 줄 알아야 한다. CR-V 하이브리드는 미국 대륙을 종횡무진 누비는 '내구성의 제왕'이기 때문이다. 빗길에서도 준수한 반자율주행 기능을 이용할 수 있었고 연비 하루 종일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가속감을 즐기고도 공인 복합연비 14km/ℓ를 웃도는 15.7km/ℓ을 보였다. 가격은 4WD가 2WD 보다 300만원 가량 비싼 5590만원이고 이달 들어 300만원 수준의 공식 할인을 시작했다.
CWN 윤여찬 기자
mobility@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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