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 '책무구조도' 사실상 시행...금융사고 끊길까

배태호 기자 / 2024-11-04 16:52:56
총 18개 금융사 제출...시범운영 중 법령 위반 시 한시적 제재 및 감경
▲ 금융감독원 외경. 사진=CWN DB

금융당국이 지난 7월 발표한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계획'에 따라 총 18개 금융사가 시범운영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시범운영 참여회사 책무구조도에 대한 점검과 함께 자문 등 컨설팅을 수행하는 한편, 이에 대한 피드백을 연내 각 금융사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 등 5대 금융지주와 함께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도 금융감독원에 책무구조도 제출을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DGB·JB·BNK금융지주와 IM뱅크, 전북은행, 부산은행 등 지방금융지주와 은행을 비롯해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 역시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에 앞서 당국에 이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는 개정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마련된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문서다. 거액의 횡령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등 금융사건과 사고가 좀처럼 끊이질 않으면서 이를 근절하기 위해 대표이사는 물론 각 임직원까지 내부통제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마련됐다.

개정된 지배구조법은 지난 7월부터 시행됐는데, 금융당국은 11월초부터 내년 1월초까지 두 달간 책무구조도 관련 시범운영을 시행한다.

법 개정 초기에다가 책무구조도 자체가 새롭게 규정된 지침인 만큼 시행 초반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 등을 살펴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시범운영이 추진된다.

책무구조도와 관련해 책무의 구체적인 내용과 금융업구너별 책무구조도 제출 시기, 임원 및 대표이사 등의 내부통제 등 관리의무의 구체적인 내용 등은 관련 법령의 시행령으로 규정됐다. 이밖에 시행령에는 '개인금융채권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 등 새롭게 마련된 금융법령 등도 지배구조법 시행령에 더해졌다.

금융권에서는 책무구조도 도입이 금융사고 근절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그동안 책무구조도가 없어서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내부통제와 관련해 대표이사는 물론 임원까지 책임과 의무 범위가 구체화된 만큼 이전에는 미처 살피지 못했던 부분까지 꼼꼼하게 점검이 이뤄질 것"이라며 "한층 엄격해진 시스템과 분위기도 직원 개인 일탈 등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내년 초까지 예정된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에 참여하는 금융사에 대해서는 관련 법령을 위반하더라도 제재를 줄이거나 면제하는 등 인센티브를 통해 조기 안착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책무구조도 도입 초반부터 제재를 본격화할 경우 자칫 금융사건 및 사고를 감추거나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기존에 드러나지 않았던 금융사 내부 문제를 이 기간 수면 위에 올려 향후 같은 사건·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도도 시범운영 배경으로 꼽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겠지만, 더 이상 내부통제 실패 문제로 금융권이 신뢰를 잃기 전에 '털어낼 것은 털자'는 분위기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소 욕을 먹더라도, 어찌 됐든 책무구조도 시행이 본격화하면 더 큰 제재가 가해질 것이 분명한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시범운영 기간 각 금융사가 저마다 내부통제 실패 사례를 살펴보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이번 시범운영에 참여한 금융사들은 임원별 내부통제 관리조치의 효율적인 이행을 마련하기 위해 전산시스템 또는 자체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시범운영 기간 중 책무구조도 기반의 내부통제 관리체계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또 금융감독원은 감독 및 검사업무 유관부서가 참여하는 실무작업반을 꾸려 시범운영 참여회사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해 책무구조도 조기 안착을 지원할 예정이다.

실무작업반은 제출된 책무구조도를 기반해 법령상 정정·보완 사유, 책무 배분 적정성 등에 대한 점검과 자문 등을 수행해 연말까지 각 금융회사에 피드백하고, 금융사들은 이를 반영해 책무구조도 완성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은 내년 7월 책무구조도 제출대상인 금융투자업 및 보험업 등의 준비상황을 살피며 여타 금융업권으로의 시범운영 실시 확대도 검토할 예정"이라며 "금융권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새로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CWN 배태호 기자
bth@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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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호 기자 / 금융부장

금융부 데스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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