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법 광고물 모델된 아이유...우리은행, 알면서도 '또'

배태호 기자 / 2024-11-20 16:32:52
서울 중구 회현동 본점 외벽에 대형 아이유 래핑 광고 연이어 설치
5월 설치 시 관할구청서 행정처분...최근 성탄절 광고로 두번째 처분

▲최근 전속모델 아이유와 은행 캐릭터로 장식된 래핑 광고로 전면 도배된 우리은행 본점 모습. 사진=배태호 기자

지난 5월 명동 우리은행 본점에 설치된 인기가수 '아이유' 대형 래핑 광고가 관할기관 승인을 받지 않은 불법 광고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우리은행은 해당 구청으로부터 수백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이전 광고보다 더 큰 래핑 광고로 연이어 실정법을 어겨 논란을 빚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자사 모델인 아이유에 캐릭터까지 포함됐지만, 성탄절을 앞둔 장식일 뿐 광고는 아니란 주장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은행은 연말연시를 앞두고 큰돈을 들여 서울 중구 회현동에 있는 본점 북측 면에 설치한 아이유 래핑 광고를 기존 보다 한층 키워 재설치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본점 외관 1층부터 16층 사이에 위비 프렌즈 키링을 단 가방을 메고 있는 아이유 래핑 광고를 게시했다.

'래핑(wrapping) 광고'는 스티커와 같은 특수 용지로 인쇄한 사진이나 그림 등을 건물 전체 벽면에 붙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광고물을 게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인성이 높아 광고효과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래핑 광고는 설치 비용이 비싸고,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규제를 받는다.

실제 래핑 광고는 제작에는 1㎡(제곱미터)당 20만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5월 설치된 우리은행 본점 아이유 래핑 광고 높이가 65m에 달하고, 설치 인원이 하루 5명 이상, 5일에 걸쳐 이뤄진 걸 감안하면 1억원 이상 비용을 쓴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최근 북측 면 전체를 뒤덮은 래핑 광고의 경우 기존 광고 철거와 광고물 제작 및 설치비 등을 더해 5억원 가량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광고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처럼 대형 건물에 붙이는 래핑 광고의 경우 일반 접착식 시트지가 아니라 창문에 붙이기 위해 개방감과 접착력 등이 우수해 일반 소재 시트지보다 훨씬 비싸다"며 "외벽 래핑 광고 부착을 옥상에서 로프(줄)를 타고 인부가 직접 해야 하는 만큼 난이도는 물론 위험도도 높아 인건비 자체도 높다"고 설명했다.

5월과 최근까지 두 차례 본점 외관 아이유 래핑 광고에만 우리은행은 적어도 6억원 넘는 돈을 쓴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돈을 들인 광고가 현행법을 어긴 불법 광고물이란 점이다.

옥외광고물법 시행령에 따르면 건물 외벽에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의 래핑 광고는 옥외 광고 중 '창문이용간판'에 해당한다. 이에 대한 규제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하고 있다. 

우리은행 본점이 소재한 중구는 서울시 조례(서울특별시 옥외광고물 등 관리 및 옥외광고 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를 따르고 있는데, 해당 조례에서 창문에 설치 가능한 래핑 광고 규격은 창문 전체 면적의 1/4 이내, 1㎡ 이내로 제한된다.

결국 지난 5월 설치된 우리은행 본점 아이유 래핑 광고는 물론, 최근 재설치한 광고 역시 설치 위치는 물론 규격까지 모두 현행법을 어긴 것이다.

▲자료=서울시 중구청 간판 디자인 가이드북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 5월 설치 래핑 광고가 불법임을 알고 이에 대한 과태료(500만원)까지 물었지만, 또 다시 법을 무시하고 이번에는 더 큰 규모로 우리은행 본점 외관을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아이유와 자사 캐릭터 광고로 도배한 점에서 눈총을 받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아이유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싶은 것은 이해하나, 자칫 불법광고물 오명으로 인해 준법을 통한 신뢰를 구축해야 할 은행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며 "특히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등) 부정적인 상황이 이어지는데, 굳이 법 위반을 하면서 대형 광고물을 설치한 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행 법에서 창문이용광고에 대해 규제를 둔 배경은 화재 등 사고 시 창문을 깨고 건물 외부로 탈출할 때 래핑 광고가 이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우리은행이 이를 무시한 채 건물 전면을 래핑 광고로 설치한 것에 대해 '안전불감증' 지적까지 나온다.

한 광고관련 전문 변호사는 "오프라인 광고 중 가장 쉬운 것이 건물 외벽광고지만, 대형 인명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나친 창문이용광고는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쓴소리를 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이유 래핑 광고와 관련해 "(지난 5월 설치로 인해)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은 사실이고, 두 번째 과태료 처분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최근 설치된 래핑 광고는 연말연시를 앞두고 건물 외벽 데코레이션을 한 것일 뿐 광고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중구 관계자는 "옥외광고물은 조례에 따라 사전허가 및 신고 대상 여부인지 확인을 해야 하는데, 이번 우리은행 본점의 아이유 래핑 광고는 별도로 그런 과정이 없었다"며 "래핑 광고가 변경된 것을 인지한 뒤 우리은행에 대해 (시정 조치 및 미이행 시 과태료) 행정처분을 진행 중"이라며, 우리은행이 또다시 불법 광고물을 설치했다고 확인했다.

CWN 배태호 기자
bth@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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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호 기자 / 금융부장

금융부 데스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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