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의 활동 최성기로 예측된 24일 오전 인천 계양산은 지난해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등산로 입구에는 노란색 ‘끈끈이 트랩’이 설치돼 있었고, 접착제 냄새가 은은하게 풍기며 등산객들을 맞았다.
러브버그를 비롯한 날벌레들은 해발 395m 계양산 정상부까지 촘촘하게 설치된 끈끈이에 달라붙어 움직이지 못했다. 한 쌍을 이뤄 날아다니는 러브버그 10여마리가 이따금 눈에 띄었지만,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지난해 6월 등산로와 나무줄기가 러브버그로 새까맣게 뒤덮여 시민들이 극심한 불편과 불쾌감을 호소했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풍경이다.
계양산을 품은 인천 계양구는 지난해 러브버그 관련 민원이 크게 늘었던 지역이다. 관련 민원은 2024년 62건에서 지난해 472건으로 급증해 인천 군·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올해는 러브버그 대발생을 막기 위해 관계 당국이 대대적인 친환경 방제 대책을 추진하면서 계양산 곳곳에 방어망이 구축됐다.
등산로 곳곳에는 ‘러브버그 개체 수 저감을 위한 현장 실증 실험 중입니다’, ‘드론 살수 작업 구간을 임시 통제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산 정상 일대에는 높이 3m짜리 고공 포집기 2대와 소형 포집기 7대, 유인물질 포집기 100대, 흡충기 8대, 성충 우화 트랩 20개 등이 설치됐다.
계양구 산림보호원 4명은 낮 최고기온이 29도까지 오른 날씨에도 방제 작업을 이어갔다.
한 산림보호원은 "산 정상에 있는 물탱크에서 물을 끌어와 살수 작업을 하거나 친환경 약제를 살포하고 있다"며 "끈끈이 트랩도 수시로 교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양산 정상에서 휴식을 취하던 등산객들은 지난해보다 훨씬 쾌적해진 산림 환경에 만족감을 보였다.
한 60대 등산객은 "작년에는 등산로를 따라 러브버그가 한가득 쌓이고 사체 썩는 냄새에 식욕이 뚝 떨어질 정도였다"며 "올해 정도면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산을 찾은 나모 씨는 "몇 마리씩 날아다니는 게 러브버그인 줄도 몰랐다"면서 "산행하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연구팀은 올해 러브버그 주요 활동 시기를 6월 15∼29일로, 활동 최성기를 6월 24일로 예측했다.
다만 산림 지역은 도심보다 러브버그 출몰이 다소 늦어지는 경향이 있어 다음 달 초까지는 발생 동향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상 부근에서 만난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매일 산을 올라 러브버그 발생 동향을 확인하고 있다"며 "지난해 대발생이 6월 말에 이뤄진 만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계양구 관계자는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지난 23일까지 40여건이 들어와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든 추세"라며 "주야간 대응 체계를 구축해 빈틈없이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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