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지는 春鬪③] 현대차그룹 '성과급 논란' 불씨 계열사로 번질까

서종열 / 2024-03-13 05:00:58
역대급 실적 낸 현대차·기아·제철, 특별성과급 놓고 노조와 평행선
현대제철, 총파업 수순·기아도 강경투쟁…다른 계열사 합류 가능성도
▲ 현대자동차그룹 양재동 사옥 전경. 사진=현대차

[CWN 서종열 기자] 현대차그룹이 노조리스크에 불안해하고 있다. 주력계열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 노조가 '특별성과급' 지급 문제로 사측과 불협화음을 겪는 가운데, 현대제철 노조 역시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성과급 및 임금과 관련해 노조와 마찰 중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노조의 경우 특별성과급 지급방식을 놓고 연대움직임에 나섰으며, 현대제철은 임금단체협약이 결렬되면서 총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20차례 교섭에도 입장차…현대제철 노조, 총파업 나서나

현대제철 노사양측은 지난해 9월15일 첫 교섭 상견례에 나선 후 지난 8일 기준 20여 차례에 걸친 교섭에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 노조는 총파업에 나설 태세다. 

관련업계에 다르면 현대제철은 현재까지 3차례에 걸쳐 △기본급 10만3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급 400% △격려금 1330만원 등의 내용을 담은 입금협상안을 노조 측에 제시했다. 

현대제철 노조 측은 사측의 제안에 대해 "평가할 가치도 없다"는 반응이다. 노조 측은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영업이익의 25% 특별성과급 지급 △각종 수당 인상 △하기휴가 및 산정 휴일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여러 차례에 걸친 사측의 제안에도 현대제철 노조가 강경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던 지난 2022년 성과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인식하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 2022년 27조3406억원의 매출액에 1조616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제철 노조는 12일 쟁의대책위원회를 통해 총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오는 22일에는 8000여명을 인원들을 동원해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상경투쟁도 계획했다.

▲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해 8월23일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과 관련해 쟁의발생을 결의했다. 사진=현대자동차 노동조합

◇강경한 기아 vs 한발 물러선 현대차

지난해 설립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현대차그룹 역시 노조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특별성과급 지급 방식을 놓고 현대차와 기아 노조가 반발하고 있어서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 노조가 사측에 '특근거부'라는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결정하면서 사측도 부담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의 경우 지난 2022년부터 지급하기 시작한 특별성과급이 문제가 됐다. 특별성과급은 당초 직전 사업연도 성과가 좋을 경우 임직원들에게 이를 보상하기 위한 차원에서 도입됐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는 2022년 전 직원에게 각각 400만원의 특별성과급을 지급했으며, 지난해에도 400만원+주식(현대차 10주·기아 24주)을 지급했다. 

문제는 지난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현대차와 기아가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는 점이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최대 실적을 낸 만큼 이전 대비 더 높은 특별성과급 지급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사상 최대 실적에도 특별성과급 지급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측은 공문을 통해 "지난 2년 간 성과급을 지급한 후 대외 이슈와 논란이 가중됐다"며 "성과에 따른 보상이란 본래 취지가 퇴색됐다"고 지급중단의 배경을 밝혔다. 

역대급 실적에 두둑한 성과급을 기대했던 현대차·기아 노조는 반발했다. 이에 양사 노조는 지난 1일부터 특근 거부 등 실력행사에 나섰다. 다만 현대차 노조는 지난 8일 확대운영위원회 간담회를 열고, 특근거부 대신 일상투쟁을 강화키로 결정했다. 

▲ 기아는 지난해 7월6일 오토랜드 광명 본관에서 2023년 임금 및 단체교섭 상견례를 진행했다. 사진=기아 노동조합

◇노사합의 결과 따라 계열사로 번질 수도

현대차그룹의 주력계열사들이 임금 및 성과급을 놓고 노사갈등이 깊어지면서 재계의 우려감은 높아지고 있다. 당장 현대제철과 현대차, 기아 노조의 요구사항을 수용할 경우 현대차그룹 내 다른 계열사 노조들 역시 강경투쟁 움직임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모비스 노조는 지난해 현대차·기아보다 성과급 규모가 적다며 본사 로비를 점거했으며, 현대제철의 경우 사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나서기도 했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대차, 기아, 현대제철 외에도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 현대글로비스 등도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갱신했다. 당장 그룹 내 한곳이라도 노조의 요구사항을 전면 수용할 경우 모든 계열사들이 강경투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같은 이유로 현대차그룹 경영진 역시 노조의 요구사항에 강경한 대응을 보이고 있다. 노조 측과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도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원칙적인 대응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재 (계열사별로) 노조 측과 대화하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를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노조리스크가 갈수록 짙어지는 것은 성과급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성장을 위해 성과급 제도가 필요한 만큼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분명하고 단호한 성과급 지급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WN 서종열 기자
seojy78@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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