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사 특성 달라 공동교섭 어려워"…주주가치 훼손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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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해 2024년 인도한 17만 4천 입방미터(㎥)급 LNG 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HD현대 |
[CWN 김정후 기자] '친환경 바람'을 타고 호황을 맞은 HD현대의 조선부문 계열사들이 노조의 반발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노사 간의 의견 차이가 큰 만큼 진통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 계열 조선 3사인 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HD현대미포 노조들은 올해 공동요구안을 확정했다. 이후 오는 17일 HD현대본사에서 HD조선3사 공동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 측에 공동요구안을 전달할 예정이다.
공동요구안의 자세한 내용은 △기본급 15만9800원 정액인상(호봉승급분 제외) △교섭 효율화를 위한 공동교섭 개최 TF구성 △정규직 인력 신규채용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폐기 △성과금 산출기준 변경(영업이익 분모 기존 7.5%에서 5%로 변경, 조선해양성과에 따른 공동분배) △하청노동자처우개선(임금인상, 동일성과금 지급, 원청과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협의 진행 등) 등이다.
노조는 HD현대가 조선업 불황기가 지나고 호황기에 들어서자 이윤추구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희망퇴직으로 나갔던 동료들이 우리 곁으로 돌아올 줄 알았지만 최저임금 수준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규모로 고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 측은 미래지향적 노사관계를 위한 기초 토대를 완성하기 위해 지주회사인 HD현대가 공동교섭에 임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지난 정기주주총회에서 현대미포와 현대삼호중공업이 각각 HD현대미포와 HD현대삼호로 사명을 변경한 점을 제시했다. 전 계열사 사명에 'HD'가 붙으면서 지주사인 HD현대의 책임이 더 막중해졌다는 주장이다.
HD현대중공업 측은 노조의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우선 공동교섭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3사가 직원수·매출 등 각각 다른 사업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주사가 계열사에 성과금을 지급할 시 배임 혹은 주주가치 훼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따른다.
일각에서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을 제치는 등 '제2의 호황기'를 맞은 조선업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앞서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선박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4% 증가한 136억달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중국 수주액은 126억달러였다.
이 같은 호황에는 액화천연가스(LNG)·암모니아 등 친환경 고부가 선박 위주의 수주가 유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초대형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아네 머스크' 호를 건조하는 등 '친환경 바람'을 선도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회사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 공동교섭은 각사 근로자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며 "향후 교섭이 원만히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CWN 김정후 기자
kjh2715c@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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