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경영권 갈등 '악화일로'

소미연 기자 / 2024-07-04 18:22:18
영풍, 황산 취급 계약 갱신 거절한 고려아연에 소송
갑질 누가 했나…신주발행 무효 소송 이은 분쟁 격화
▲영풍(왼쪽)과 고려아연 CI. 사진=각 사

[CWN 소미연 기자] 이번엔 황산 사업이 문제다. 영풍과 고려아연이 20년 넘게 유지해 온 황산취급대행 계약을 두고 다시 한 번 정면충돌했다. 그간 영풍은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하는 황산을 온산항(울산항)으로 수송하는데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 내 황산 탱크와 파이프라인을 유상으로 이용하며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왔다. 하지만 올해 갱신일(6월 30일)을 넘기며 계약은 종료됐다. 이에 대해 영풍은 고려아연의 일방적인 거절로 주장했고, 고려아연은 영풍의 협상 의지 부족을 꼬집으며 반복된 소송 제기에 불만을 나타냈다.

양사의 여론전은 지난 3일 불붙었다. 이날 영풍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황산취급대행 계약의 갱신 거절과 관련 고려아연을 상대로 '불공정거래행위 예방청구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보전 처분인 거래거절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알리며 "소송에서 고려아연의 거래 거절에 대한 부당함, 황산 수출설비 공동사용 거부의 위법함을 밝혀낼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고려아연의 계약 종료 통보를 '갑질'로 판단하고,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남용한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으로 지적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영풍과 고려아연은 각각의 아연 제련 공정에서 발생하는 황산의 대부분을 온산항을 통해 수출해왔다. 양사가 국내 아연 판매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90%에 육박한데, 이 중 56%를 고려아연이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위 사업자인 영풍은 유해·위험 물질인 황산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아연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될 경우 국내 공급망 혼란 초래, 지역경제 불안 조성, 국가 기간산업 발전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하며 "고려아연의 독점 선포와 같다. 결코 영풍의 불이익에 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같은 날 반박 입장문을 냈다. 계약 갱신 거절 사유로 △황산 관리 시설 노후화에 따른 일부 시설의 폐기 △위험·유해 화학물질 추가 관리에 따른 안전상 문제 및 법적 리스크 △자체 생산량 지속 증가한 데 따른 사용 공간 부족 △ESG 경영 강화를 내세웠다. 실제 온산제련소는 지난 2년간 총 5기의 황산 탱크를 철거할 만큼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자칫 황산 누출로 인한 중대재해 발생과 심각한 환경 오염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고려아연도 사업장 안전을 위해 외부 전문업체 활용을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유예기간을 두고 영풍과 협상을 진행해왔다. 계약상 사전 통지로 계약 종료를 할 수 있었지만 영풍이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 협의를 요청하면 응한다는 입장이었다. 영풍 주장처럼 일방적인 계약 종료가 아니라는 얘기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이 구체적인 근거 없이 7년 이상이라는 비현실적인 유예기간을 요구하면서도 탱크 임대나 대체 시설 마련 등 후속 조치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협상의 의지조차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최대주주는 영풍인데 오히려 고려아연이 갑질을 하고 있다는 억지 주장까지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고려아연은 최대주주인 영풍으로부터 부당하게 각종 위험물 처리와 부담을 떠넘겨 받는 등 거래상 우월적 지위와 거리가 먼 상황이 지속돼 왔다는 점을 피력하며 "50년 넘게 제련소를 운영하고 있는데도 황산 저장시설을 갖추지 않은 점은 영풍 스스로 안전 관리에 안이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자체 탱크 설치, 외부업체의 탱크 임차 외에도 육상 운송, 기존 동해항 탱크 확대 사용을 대안으로 제시한 뒤 추가 비용과 위험 부담을 지지 않으려 고려아연에 책임을 떠넘기지 말라며 선을 그었다.

양사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소송전은 불가피해졌다. 소송을 제기한 영풍은 "애초에 계약은 황산 제조 공정에 관한 것이 아니라, 고려아연의 기존 저장탱크 2기와 기존 황산 파이프라인 일부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고려아연의 계약 거절 철회를 거듭 요청했다. 협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영풍은 당장 황산 수출에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동해항에 자체 수출설비를 마련했으나, 규모가 작고 수심이 낮아 대규모 선적이 불가능한데다 이미 포화 상태다. 결국 이번 소송도 치열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

영풍과 고려아연의 소송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에도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주발행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고려아연과 현대차그룹 해외법인 HMG글로벌에서 진행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의한 신주발행이 정관을 위배한 것으로 주장했다. 사실상 경영권 분쟁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우호 지분 확대 방식으로 고려아연이 경영권 독립에 나섰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해석이다. 영풍도 같은 주장이다.

영풍은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원료공동구매 중단, 공동영업 중단, 서린상사 경영권 장악, 황산취급대행 계약 갱신 거절 등 일련의 상황들을 언급하며 고려아연에 대한 법적 대응은 부득이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경영 정상화로 주장하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지 않은 영풍의 경영방식에 의구심이 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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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연 기자

소미연 기자 / 산업1부 차장

재계/전자전기/디스플레이/반도체/배터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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