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총수들의 남몰래 선행, 'ing' 안될까요?

소미연 기자 / 2024-04-25 23:04:26
▲산업1부 소미연 기자
[CWN 소미연 기자] 근래 전해진 재계 총수들의 미담이 우리 사회에 온기를 더하고 있다. '다정한 이웃'을 꿈꾸는 스파이더맨처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깜짝 등장한 총수들의 모습은 극적이면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미담의 주인공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회장은 쪽방촌의 극빈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에 20년 넘게 남몰해 후원을 이어왔다. 신 회장은 대회 도중 허리 부상을 당한 2026년 동계올림픽 메달 유망주의 치료비 전액을 지원해 재기를 도왔다. 공교롭게도 두 소식은 회사 홍보팀이 아닌 외부 채널을 통해 전해졌다. 요셉의원 설립자 고(故) 선우경식 원장의 전기를 담은 책 '의사 선우경식'이, 그리고 대한스키협회에서 스피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회장의 후원은 2003년 6월 서울 영등포 소재 요셉의원을 방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삼성전자 경영기획실에서 경영 수업을 받던 이 회장은 13회 호암상 사회봉사상을 수상한 선우 원장의 선행에 감명을 받고 요셉의원을 직접 찾았다. 뿐만 아니다. 선우 원장을 따라 요셉의원 근처 쪽방촌 가정까지 둘러봤다. 책은 쪽방촌의 열악한 환경을 처음 본 이 회장의 눈물을 참는 모습, '충격으로 머릿속이 하얗다'고 털어놓은 속내가 묘사돼 있다.

이 회장은 미리 준비해 온 봉투를 건넸다. 봉투 안에는 1000만원이 들어있었다. 그 다음달부터 이 회장은 기부금을 매달 보냈다. 이 같은 일화는 이 회장의 당부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결국 책이 출간된 20년 만에 대중에 소개됐다.

신 회장의 후원은 남다른 스키 사랑이 영향을 미쳤다. 롯데는 2014년부터 대한스키협회 회장사를 맡고 있다. 지금까지 10년간 설상 종목에 후원한 금액만 22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도 2018년까지 직접 협회장을 역임하며 국내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힘썼다. 2022년엔 '롯데 스키&스노보드팀'을 창단하고 청소년 기대주 4명을 영입해 지원을 강화했다. 학창 시절 선수로 뛰었던 신 회장이 설상 종목의 저변 확대, 선수 육성으로 못다한 꿈을 이룬 셈이다. 그러니 최가온 선수의 부상 소식에 선뜻 나설 수밖에.

최 선수는 지난해 1월 미국의 익스트림 스포츠 대회 엑스(X)게임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데 이어 12월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우승해 한국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 스키 종목 월드컵 챔피언이 됐다. 하지만 올해 1월 스위스 월드컵 대회 도중 허리를 다치며 제동이 걸렸다. 수술과 치료비도 문제였다. 사정을 전해들은 신 회장은 치료비 전액인 7000만원을 지원했다. 어린 선수의 꿈과 도전이 좌절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두 총수가 보여준 선행은 며칠 내내 화제가 됐다. 아울러 쪽방촌으로 대변되는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게 했고, 최 선수의 설원 복귀를 응원하며 비인기 스포츠 종목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만큼 사회 고위층 인사들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그래서 꼭 남몰래가 아니어도 좋겠다. 그저 단비 같은 소식이 자주 들렸으면.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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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연 기자

소미연 기자 / 산업1부 차장

재계/전자전기/디스플레이/반도체/배터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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