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구글이 동시 번역 기능을 지원하는 증강현실(AR) 글래스 시제품을 선보이면서 테크 업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구글의 AR 글래스는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대화 상대방의 말을 AR 글래스 착용자의 눈앞에 즉시 착용자의 모국어로 자막을 제공한다. 따라서 AR 글래스는 언어 장벽은 물론이고, 청각 장애인이나 난청 환자의 소통 장벽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AR 번역 글래스 제품 자체가 초기 시제품 단계라는 점에서 완성도를 위한 추가 테스트가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영국 IT 전문 매체 테크레이더는 2023년도 구글 I/O 일정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추후 시장 경쟁을 고려하면, 지금이 구글의 실시간 번역 AR 글래스를 정식 출시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는 견해를 보도했다.
사실, 구글은 실시간 번역 기술 출시를 구글 픽셀 2와 픽셀 버즈를 출시한 2017년부터 구상했다. 당시 구글은 픽셀 버즈로 실시간 번역 기능을 제공하고자 한다는 계획과 함께 “개인 전용 통역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야심 찬 발표를 했다. 그러나 당시 선보인 구글 픽셀 버즈의 실시간 통역 기능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특히, 음성으로 상대방의 말을 통역하는 방식으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소통 도중 대화가 끊기게 되거나 소통 과정에서 상대방의 발언 일부를 놓치는 등의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2022년, 구글은 AR 글래스를 활용하여 한층 더 간단한 실시간 번역 기술 제공을 선언했다. 상대방의 발언을 사용자의 눈앞에 자막으로 보여주면서 구글 픽셀 버즈를 이용한 실시간 번역 기술의 한계를 개선하고자 했다. 지금까지 AR 글래스를 이용한 실시간 번역 기술이 상용화되지는 않았으나 AR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번역 기술 분야의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는 추세이다.
지난해 구글 I/O 이후 AR 기반 실시간 번역 제공이라는 비슷한 개념으로 제작된 시제품이 여럿 공개되었다.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23 현장에서 공개된 중국 소비자 기기 제조사 TCL의 레이네오 X2 AR 글래스(RayNeo X2 AR glasses)가 그 대표적인 예시이다.
테크레이더 에디터 매트 볼턴(Matt Bolton)은 TCL 레이네오 XR AR 글래스를 시험 착용한 뒤 “지금까지 주요 데모 현장에서 본 실시간 자막 제공 AR 글래스 개념을 기반으로 한 시제품 중 가장 훌륭한 제품”이라고 호평했다. 다만, 상대방의 발언 후 사용자에게 번역 내용을 보여주는 데 2초가량의 시간 간격이 있다는 아쉬움도 함께 지적했다.
TCL 이외에 오포(Oppo)도 비슷한 개념의 시제품인 ‘에어 글래스 2(Air Glass 2)’를 공개했다. 오포의 에어 글래스 2는 오포 스마트워치나 스마트폰과 호환하여 사용해야 하며, 대다수 서양 국가에는 출시될 확률이 낮다. 이 때문에 추후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입지를 확보할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리고 메타도 실시간 번역 기술을 탑재한 AR 글래스 출시 경쟁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메타 내부에서는 ‘프로젝트 나자레(Project Nazare)’라는 이름으로 실시간 번역 AR 글래스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젝트 나자레는 수월하게 진행된다면, 내년 중으로 제품을 공개할 것으로 보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구글 AR 글래스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시장 경쟁을 고려했을 때, 구글이 오는 5월 10일(현지 시각) 진행될 구글 I/O에서 지난해보다 한 단계 더 개선된 실시간 번역 기능을 제공하는 AR 글래스를 공개하는 것이 적합하다.
구글은 이미 올해 초 챗GPT의 등장으로 검색 엔진 시장에서 큰 타격을 받은 상황이다. 게다가 애플이 올해 AR/VR 헤드셋을 공개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구글의 실시간 번역 기능 제공 AR 글래스가 애플의 혼합현실 헤드셋의 대항마로 이상적인 제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했다.
이를 고려했을 때, 올해 AR 글래스를 출시하거나 한 단계 더 개선된 모습을 선보이는 것이 구글이 테크 업계에서 글로벌 하드웨어 혁신 기업이라는 지위를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해외 IT 매체 컴퓨터월드는 구글이 글래스 사업을 중단한 점에 주목했다. 그동안 구글 글래스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으나 대규모 채택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구글 등 테크 업계 대기업 여러 곳이 AR, VR 제품 개발 노력을 이어가고자 한다는 점에서 구글의 실시간 번역 기능을 지원하는 AR 글래스 출시 여부를 여전히 조심스레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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