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악화로 전년 대비 영업익 14% 감소
4분기 D램 흑자 전환…올해 반등 기대감 키워
자회사 하만, 모바일, 디스플레이 등에서 선방

[CWN 지난 기자] 반도체 불황 여파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5년 만에 1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31일 삼성전자는 확정된 2023년 실적을 공개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6조567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10조원 이하의 연간 영업이익을 보인 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6조319억원) 이후 15년 만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258조9355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전년 대비 매출은 14.33% 영업이익은 84.86% 감소했다. 이처럼 저조한 실적이 나온 배경엔 반도체 불황이 주요했다. 주력 산업인 반도체에 업황이 악화되면서 적자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업황 악화가 지속되면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부터 반도체 감산을 통해 수익개선에 나섰다. 반도체 감산 효과는 지난해 4분기에 나타났다.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조8247억원, 매출액은 67조7799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4.4% 감소했지만, 전 분기에 대비하면 각각 16.07% 늘었다.
이날 공개된 세부 실적에서 4분기 반도체(DS) 부문은 매출액 21조69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2조1800억원으로 나타났는데,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서 고객사 재고 조정과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시장 수요가 감소하면서 실적 부진이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고객사 재고가 정상화되는 가운데 PC·모바일 제품의 메모리 탑재량이 증가하고 생성형 AI(인공지능) 서버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수요 회복세”라며 반도체 부문을 평가했다. 특히 주력인 D램에서 재고 수준이 큰 폭으로 개선돼 4분기 D램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업계가 보는 전망도 긍정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D램 제품군의 가격이 상승세다. 또한 삼성전자의 주력인 낸드플래시 제품군의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반도체 감산 정책에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이날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의 세부별 재고 수준 차이가 있어 미래 수요와 재고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해 상반기에 선별적으로 생산 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감산 효과로 인해 재고도 빠르게 감소하는 중이다.

◇ 모바일, 전장, 디스플레이 등에서 손실 방어
모바일·생활가전·TV 등이 속한 DX(고객경험) 부문 4분기 매출은 39조5500억원, 영업이익은 2조6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 인플레이션과 불안정한 국제 정세가 이어졌지만 스마트폰 시장은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소폭 성장했다. 4분기에는 신모델 출시 효과가 둔화돼 스마트폰 판매가 감소하기도 했다.
올해 1분기에는 DX 부문의 실적을 기대할 만하다. 최근 출시한 ‘갤럭시 S24’ 시리즈의 시장 반응이 좋다.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중심의 판매를 확대해 새로운 AI 경험과 제품 경쟁력을 적극 활용해 ‘AI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생활가전·TV는 4분기에 500억원대 영업손실을 보여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생활가전은 B2B(기업간 거래) 사업이 성장하고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판매 비중이 개선됐으나, 경쟁이 심화되면서 실적이 둔화했다. TV는 전반적인 시장 수요 정체와 경쟁 심화에 따른 제반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전장·오디오 자회사 하만은 4분기 매출 3조9200억원, 영업이익 3400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만은 전장에서 역량을 강화해 신규 분야 수주를 확대할 계획이다. 소비자 오디오에선 삼성전자와 하만 간 협업을 통한 제품 차별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과거 불황을 겪었던 디스플레이(SDC) 부문은 4분기 영업이익만 2조원대를 달성하며 견조한 실적을 보였다. 특히 중소형 패널에서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고객사 신제품을 적기에 대응한 점이 주요했다. 대형 패널은 그간 수요 약세가 지속됐으나 연말 성수기 TV 판매 증가로 적자폭이 완화됐다.
◇ 반도체 업황 반등으로 올해 실적 개선 기대감 상승
올해 삼성전자는 실적 개선에 나선다. 반도체 부문에서 업황 반등이 예상되는 만큼,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올해 1분기에는 고부가 제품 판매를 확대해 수익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콘퍼런스콜에서 “1분기 메모리 사업은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업황 악화에도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 규모를 유지했다. 이러한 투자 효과가 올해부터 본격화되면서 공급 경쟁력에 자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삼성전자는 연구개발(R&D)에 역대 최대인 7조5500억원을 투입했으며, 시설투자는 16조4000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반도체와 IT 수요가 회복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주목받고 있는 AI 탑재 제품 시장을 선점하려 한다. 그러면서 첨단공정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기술 준비도 이어갈 방침이다.
CWN 지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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