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추진·현안 대응 등 컨트롤타워 부재 해소할 듯

[CWN 지난 기자]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이사회에 복귀하지 않은 채 ‘뉴삼성’을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지난 2019년 10월 등기이사직을 내려놨다. 이후 2020년에 복권되면서 취업제한 제약이 사라졌지만 사법리스크를 고려해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한 미등기 임원이다.
업계에선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 ‘이재용식 뉴삼성’을 구체화하길 기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10월 회장 취임 이후 행보에서 미래 투자와 인재 확보 등을 강조했지만, 삼성에선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최근 이 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이사회 복귀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최근 3기가 꾸려진 삼성준법감시위원회에서도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주문했다. 지난 20일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는 “책임 경영을 더 강화한다는 의미에서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빠른시일 내에 복귀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한 준감위는 삼성의 컨트롤타워 필요성과 지배구조 재편 등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뉴삼성 구축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은 업계에서도 제기하는 지적이다. 삼성은 컨트롤타워 없이 신사업 추진과 현안 대응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이사회에 복귀하지 않은 이 회장을 대신할 신임 사외이사들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2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조혜경 한성대 AI응용학과 교수와 신제윤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내정했다.
내정된 후보 중 조혜경 교수는 로봇 전문가로 꼽힌다. 조 교수는 2012년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이사(의장), 2020년 제어로봇시스템학회 부회장 등을 거쳤다. 2022년에는 한국로봇학회 19대 회장을 역임했다.
조 교수를 사외이사로 내정한 배경엔 삼성전자가 로봇산업에 집중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 먹거리인 로봇산업의 전문가를 영입해 컨트롤타워 부재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특히 로봇산업은 삼성전자가 M&A(인수합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1호를 만든 레인보우로보틱스에 투자해 지분 14.83%를 확보했다. 보유 지분율을 59.94%까지 늘릴 수 있는 콜옵션(매수청구권) 계약도 맺어, 최근 인수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신제윤 전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신 전 위원장은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정통 금융 관료 출신으로, 삼성전자 사외이사진에 장관급 금융 관료가 임명된 건 처음이다. 업계에선 삼성의 지배구조 재편의 핵심인 ‘보험업법’ 개정에 대응하기 위한 인사로 보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주식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삼성은 ‘총수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CWN 지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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