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LLM '라마 3' 자체칩 생산에 삼성 파운드리 기회될 듯

[CWN 소미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미국 하버드대학 동문으로 개인적 친분을 쌓아온 두 사람이지만 이번 만남은 국내외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AI(인공지능)를 둘러싼 양사의 미래 사업 협력 방안이 논의됐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과 저커버그 CEO의 회동은 전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승지원에서 이뤄졌다. 승지원은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이 살던 집을 개조한 곳으로,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활용했다. 지금은 이 회장이 국내외 주요 인사를 만날 때 이용하고 있다.
회동은 만찬을 겸했다. 이 회장의 초청으로 저커버그 CEO의 부인 프리실라 챈도 동석했다. 세 사람 외에 배석자는 없었다. 오후 6시 17분 승지원에 도착한 저커버그 CEO의 차량은 2시간이 지난 오후 8시 33분에 나왔다.
관심은 두 사람의 회동이 실제 사업 협력으로 이어지느냐다. 이 회장과 저커버그 CEO는 2013년 6월 7시간에 걸쳐 회동을 가진 뒤 양사 합작 VR 헤드셋 '기어 VR' 출시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듬해 10월 한국을 찾은 저커버그 CEO는 삼성전자 수원 본사와 화성 캠퍼스를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이 회장이 만찬을 마련했다.
업계에선 이번 회동을 통해 메타가 개발 중인 LLM(대규모 언어모델) '라마 3'를 구동하는데 필요한 반도체의 위탁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기는 방안이 검토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만 TSMC에 이어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 2위를 차지한다. 최근엔 미국 실리콘밸리에 AGI(범용인공지능) 반도체 개발 조직 'AGI컴퓨팅랩' 신설해 AGI 전용 반도체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메타는 미국의 빅테크 기업으로 AGI 자체 구축 계획을 밝히며 AI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달엔 자체 개발한 AI 추론용 칩 '아르테미스'를 연내 자사 데이터센터 탑재 계획을 공개하며 올해 370억달러(약 49조원) 규모의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두 사람의 논의는 인도에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최고 부호로 꼽히는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 회장의 막내아들 결혼 축하연에 이 회장, 저커버그 CEO 모두 초청객 명단에 올랐다. 저커버그 CEO는 이날 사흘간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인도로 출국했다.
저커버그 CEO는 출국 전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를 언급하며 "파운드리 거대 기업으로 글로벌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들이 삼성과 협력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과 메타 간 AI 반도체 협력에 기대가 실리는 발언이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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