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계열사별 특화 기술 및 사업 혁신

[CWN 소미연 기자] AI(인공지능)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오랜 화두다. 2017년 신년사를 통해 AI를 포함한 ICT(정보통신기술) 기반의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며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밝힌 뒤 수년에 걸쳐 비전을 구체화했다.
속도전은 지난해부터 주문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사장단 회의(VCM)에서 "AI 기술이 과거의 PC·인터넷·모바일처럼 세상에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며 과감한 실행을 강조했고, 올해 상반기 VCM에서는 "혁신의 관점에서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겨달라"고 재촉했다.
이른바 'AI 트랜스포메이션(AI 전환)'이다. AI 일상화 시대에 대비한 사업 모델 개발이 그룹 혁신과 신성장 도모를 위한 핵심 과제로 꼽은 것이다. 컨트롤타워 역할은 롯데지주 산하 AI 태스크포스(TF)가 맡아 그룹 전반의 사업 전략을 구축하고, 계열사별로 수행 과제를 발굴해왔다. TF가 가동된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60여개의 과제가 발굴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AI 트랜스포메이션을 한발 앞서 준비한다면 새로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롯데는 그동안 그룹 전반에 디지털 전환을 이뤄왔다. 이미 확보된 AI 기술을 활용해 업무 전반에 AI 수용성을 높이고, 생성형 AI를 비롯한 다양한 부문에 기술 투자를 강화해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롯데는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전 직원에게 개인 맞춤형 'AI 비서'를 지원할 계획이다. AI 비서는 정보 유출 우려 없이 업무 문서와 일정, 연락처 등을 업로드해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현재 롯데정보통신이 만든 '아이멤버(Aimember)'를 기반으로 계열사별 사업 특성에 맞춘 '아이멤버 커스텀 챗봇'을 개발해 기술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전 계열사 대상 화상 세미나를 갖고 AI 업무 활용 방안을 검토했다.
유통군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지난해 11월 자체 TF를 출범해 롯데쇼핑이 설계하는 생성형 AI 추진체 '라일락(LaiLAC-Lotte AI Lab Alliances and Creators)' 구성을 위한 밑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라일락은 지난해 9월 '롯데쇼핑 CEO(최고경영자) IR DAY(기업투자설명회)'에서 김상현 부회장이 언급한 '리테일 테크 전문기업' 전환을 이끌 핵심 수단이다. 롯데멤버스 4200만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B2B 신사업, 광고제작 자동화 등을 추진하게 된다.
업계의 화제를 불러모은 것은 롯데홈쇼핑에서 론칭한 '루시톡라이브(Lucy Talk Live)'다. 가상인간 루시가 단독 출연하는 패션 프로그램으로, 방송 1시간 동안 실시간 채팅수가 전주 동시간 대비 5배 이상 증가하며 흥행 기록을 썼다. 롯데백화점은 AI 아티스트 노엘 반다이크와 협업해 '원더 드림스, 도심 한복판에서 발견한 봄'을 테마로 한 봄시즌 비주얼 이미지를 제작했다. 롯데마트는 과지방 삼겹살을 선별하는 딥러닝 기반의 AI 장비를 도입했다.

화학군은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AI 기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기초사업소재사업과 첨단소재사업 부문에 각각 'AI 솔루션팀', 'AI 추진사무국'을 신설해 AI 데이터 기반 연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솔루션팀은 그간 축적한 연구개발(R&D) 지식과 AI를 융합해 AI 연계 촉매·제품을 개발하고 품질을 개선하는 데 집중한다. 추진사무국은 제품 개발, 생산 및 글로벌 공급망 등 사업 전 분야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식별해 AI 기반 해결책을 마련한다.
건설 부문도 예외는 아니다. 롯데건설은 AI 시스템을 연계한 안전상황센터를 개관한 데 이어 AI 전담조직인 'AGI(범용인공지능) TFT'를 신설해 신사업 경쟁력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최근엔 스타트업 '두아즈'와 협업해 AI 단열 설계 검토 프로그램 '인스캐너(INScanner)' 특허를 출원했다. 인스캐너는 별도의 전문 설계 프로그램 이용 없이도 단열재 누락 여부를 분석하고 검출이 가능해 설계상 오류 지속적 확인, 검토 시간 단축 등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그룹의 AI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끌어 온 지주 산하 TF는 이르면 3월 운영 종료가 예상된다. 다만 신 회장의 특명이 잇따르는데다 그룹 안팎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운영 연장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앞서 롯데는 그룹 내 IT 서비스 전문기업 롯데정보통신 출신 경영자들을 전면에 세워 지난해 9월부터 TF를 가동해왔다. 노준형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 실장(부사장) 아래 현종도 상무를 팀장으로 영입했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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