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체험' 경험가치 소비 추세…"체류시간 및 연관 구매 효과↑"

[CWN 정수희 기자] 백화점들이 단순 쇼핑 공간이 아닌 다채로운 '체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경기 침체 속 경험에 가치를 두는 소비 트렌드에 따른 발빠른 대응으로 분석된다. 그야말로 '공간 혁신'을 위해 백화점 3사는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복합몰로 자리매김한 '더현대 서울'이 최근 쇼핑과 휴식을 동시에 즐기는 '에픽 서울'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에픽(EPIC)이란 명칭에 경험(Experience)·열정(Passion)·혁신(Innovation)·창의(Creativity)의 의미를 담아 복합몰의 정체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더현대 서울 5층에 조성된 에픽 서울은 총 730㎡(220평) 규모다. 절반을 차지하는 고객 휴식 공간(360㎡·110평)과 팝업 스토어 공간(250㎡·75평) 등으로 구성됐다.
현대백화점 측은 "편하게 휴식하면서 이색적인 팝업 스토어를 즐길 수 있도록 별도의 전용 공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에픽 서울을 활용해 새로운 쇼핑 경험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몰입형 아트 전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사의 최신 개봉작 소개 등이 대표적인 예다. '매출보다는 이색적 가치와 경험, 힐링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자체 기준을 충족하는 콘텐츠만 선별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백화점은 더 현대 서울의 노하우를 다른 매장에도 접목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영업본부 산하에 '크리에이티브 부문'을 신설하고 기존 백화점과 다른 새로운 공간 콘셉트와 방향성을 제시·실현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백화점 역시 조직에 변화를 줬다. 쇼핑몰 사업본부를 신설한 것이다.
신설 본부 산하에 'PM(Project management) 부문'과 '쇼핑몰 전략 부문'을 두고 새로운 형태의 복합쇼핑몰 개발과 함께 롯데가 운영하는 쇼핑몰 전체에 대한 브랜딩 전략 수립도 수행해 나간다.
또 '리뉴얼프로젝트 부문'을 통해 쇼핑몰은 물론 백화점 리뉴얼까지 추진한다. 최근 체험 시설 등이 강조된 복합몰이 각광받고 있는 만큼 백화점 리뉴얼에도 이런 경향을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특히 연내 그랜드 오픈을 목표로 단계적 리뉴얼이 진행 중인 롯데몰 수원점은 프리미엄 백화점과 쇼핑몰이 결합된 복합몰로 변신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지난해 인사에서 센트럴시티의 박주형 대표를 신세계백화점 수장으로도 앉혔다. 터미널과 호텔, 리조트 등 종합개발회사로 발돋움하고 있는 센트럴시티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박 대표의 경험과 노하우가 백화점 경영에도 녹아들어 새로운 공간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를 방증하듯 강남점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 파크'가 들어섰으며 식품관도 국내 최대 규모로 리뉴얼이 진행 중이다.
광주에는 쇼핑·문화·예술이 어우러진 미래형 백화점이 조성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신세계는 광주 종합터미널 일대 부지를 확보하고 기존 광주점의 세 배 규모에 갤러리, 대형서점, 공원 등을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월 말 발간한 '2024 유통산업 백서'에서 "점포가 크면 클수록 초대형 상권이 형성되는 현상이 뚜렷해질 전망"이라며 "백화점은 경쟁우위를 갖기 위해 점포를 대형화해 체험 시설과 서비스 시설을 충실히 갖춘 복합쇼핑몰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백화점업계는 쇼핑만이 아닌 고객들의 시간을 점유하기 위해 체험적 요소와 식음 시설 등을 강화하고 나섰다"며 "이는 가족 단위 고객의 방문이 증가하고 백화점 내에서의 체류 시간이 늘어나 다른 장르의 연관 구매가 일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CWN 정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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