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선거 공천 검증, 왜 ‘정당 책임’은 제도화되지 못했나
임성주 전 한-중앙아시아 교류재단 이사장
| 2026-02-13 11:52:43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공천 검증 절차가 본격화하고 있다. 공천은 정당이 유권자에게 후보를 공식적으로 추천하는 행위이자, 민주주의 대표성을 구성하는 핵심 제도다. 유권자는 정당 공천을 통해 후보자의 자질과 윤리에 대해 최소한의 검증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신뢰를 전제로 투표에 나선다.
그러나 실제 지방선거 공천 과정이 이러한 제도적 기대를 충분히 충족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천 이후에도 후보자의 자질 논란이나 도덕성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현실은, 공천 검증이 형식적 절차에 머물러 있다는 의문을 낳고 있다. 기초·광역의원은 지역 행정과 예산, 조례 제정을 담당하는 중요한 공적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임에도, 정책 역량이나 공적 성과, 지역사회 기여도에 대한 체계적 평가보다 당내 영향력이나 조직 관계가 공천 과정에 더 크게 작용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과 이력 등 윤리적 검증이 필요한 사안 역시 명확한 기준 없이 공천 경쟁에 포함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물론 범죄 이력에 대한 평가는 사안의 경중과 발생 시점, 이후의 반성과 사회적 기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문제는 그러한 판단이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이뤄졌는지 유권자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공천 심사는 비공개로 진행되며, 결과에 대한 정당의 설명 또한 추상적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불투명성은 결국 정당 공천에 대한 유권자의 불신을 키우고, 나아가 정당 정치 전반의 책임성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가 제기될 경우, 정당은 이를 개인의 문제로 한정하거나 사법적 판단이 종료됐다는 이유로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공천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정당의 조직적 결정이다. 후보자를 검증하고 공식적으로 추천한 주체가 정당인 이상, 그 후보자의 자질과 윤리에 대한 1차적 정치적 책임 역시 정당에 귀속되는 것이 민주주의 정당정치의 기본 원리다.
이제 공천 검증을 둘러싼 논의는 단순한 도덕적 비판을 넘어 제도 개선의 영역으로 나아가야 한다.
첫째, 정당은 공천 심사 기준을 명문화하고 공개해야 한다. 전과 이력, 이해충돌 여부, 윤리 위반 기준 등에 대한 판단 원칙을 사전에 제시하고, 예외 적용이 이뤄질 경우 그 사유와 판단 근거를 설명하는 절차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공천 심사 과정에서 최소한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모든 심사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면, 적어도 평가 항목과 평가 방식,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친 주요 판단 요소는 유권자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공천 과정의 공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정당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장치가 될 것이다.
셋째, 공천 결과에 대한 책임 구조를 분명히 해야 한다. 공천 이후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해당 후보를 추천한 당협 조직과 공천을 결정한 심사 기구 역시 그 결정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부 규정과 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공천 권한에는 반드시 책임이 수반돼야 한다.
공천은 단순한 후보 선발 절차가 아니다. 그것은 정당이 어떤 기준과 가치를 민주주의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제도적 장치다. 기준 없는 유연성은 책임 정치의 약화로 이어질 뿐이며, 이는 결국 유권자의 정치 불신으로 돌아오게 된다. 지방선거 공천 검증이 형식적 절차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정당 책임성을 강화하는 실질적 제도로 자리 잡을 것인지는 지금 정당의 선택과 의지에 달려 있다. 공천 검증의 제도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 정치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경희대학교 대학원 석사
前 건국대학교 재난안전 관리학과 겸임교수
前 한중앙아시아교류재단 이사장
前 용인시정연구원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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