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에서 쫓겨난 아이들… ‘초품아’의 역설
신현준 기자
kyu0406@naver.com | 2026-05-28 17:31:15
서울·부산 초등학교 곳곳 방과 후 스포츠 금지
과거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던 운동장의 의미가 최근 들어 퇴색되고 있다. 소음 민원과 신고가 잇따르면서 학교 운동회와 방과후 체육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한 초등학교에서는 운동회가 한창이던 중 아이들의 응원 소리가 이어졌지만, 야외 행사는 30분 만에 강당으로 옮겨졌다. 인근 주민들의 소음 민원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당시 소음 민원은 10건가량 접수됐고, 경찰까지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소음 민원이 경찰 출동으로 이어지면서 행정력이 투입됐고,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추억을 쌓을 기회도 줄어든 셈이다.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교 운동회 관련 112 신고는 2018년 70건에서 2025년 350건으로 약 7년 사이 5배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접수된 350건 중 345건은 실제 경찰 출동으로 이어졌다. 다만 해당 수치에는 학교 자체 운동회뿐 아니라 동문회 등 외부 단체가 학교 운동장에서 진행한 행사 소음 신고도 포함됐다.
방과후 체육활동 제한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부산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서울·부산 지역 초등학교 스포츠 활동 금지 현황’에 따르면, 축구·야구 등 구기 종목을 포함한 체육활동을 금지한 서울지역 75개교 중 55개교가 이른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단지)’ 인근 학교로 나타났다. 부산 역시 스포츠 활동 금지 학교 106곳 중 43곳이 ‘초품아’에 해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과 부산은 전국에서 방과후 체육활동 제한 학교가 많은 지역이다. 서울 전체 초등학교 606곳 중 75곳, 부산 전체 초등학교 303곳 중 106곳이 방과후 체육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에서 방과후 체육활동을 금지한 초등학교 280여 곳 가운데 서울과 부산 학교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셈이다.
운동회 소음 민원과 112 신고, 방과후 체육활동 제한이 이어지면서 아이들의 운동장 활동이 과도하게 위축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이에 천하람 의원은 지난 4일 아이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소음·진동관리법’ 및 ‘경범죄 처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에서 보육·교육활동 중 발생하는 소리를 현행법상 소음 또는 인근소란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교육부와 경찰도 대응에 나섰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SNS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건강한 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운동회 소음 등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린다”며 “교육부는 학교에서 체육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시도교육청과 함께 학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도 학교 운동회 소음 신고에 대한 현장 출동을 자제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경찰청은 최근 전국 시도 경찰청에 “초·중·고교 운동회 관련 단순 소음 신고는 출동을 최대한 지양하라”는 업무 지시를 내렸다.
[ⓒ CWN(CHANGE WITH NEWS).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