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사전에 카드 배송 공지...갑자스런 연락 없어"
"수법 너무 다양해 구별 어려워...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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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최대규모의 보이스피싱 발신번호 변작중계기 운영조직가 3월 적발, 경찰 관계자가 압수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CWN 권이민수 기자] 지난 29일 구로구에 사는 강모 씨는 현대카드라며 신청하지 않은 신용카드가 배송 중이란 연락을 받았다. 의아해진 강 씨는 "신청한 적 없다"고 답했다.
이에 배송 기사는 "봉투에 적혀 있어서 연락드린 것"이라며 "사고 접수 번호 알려드릴 테니 연락해 보시라"고 한 번호를 안내해줬다. 이때까지만 해도 강 씨는 그저 카드사의 착오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아무 의심 없이 안내 받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건너 통화가 연결된 상대방은 스스로를 '카드사의 사고처리 접수팀'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확인이 필요하다며 강 씨의 이름·연락처·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물었다. 이상한 기분이 든 강 씨는 통화를 중단하고 연락처를 재확인했다. 이미 여러 건의 사기가 접수된 스팸 전화번호였다. 카드사 실수가 아닌 교묘한 보이스피싱이었던 것이다.
강 씨는 "배달 기사 분이 너무나 상냥했고, 상담원도 여느 상담원의 말투와 동일해서 의심할 겨를이 없었다"며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청한 카드를 배달하고 있다면서 배달기사를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도 지난달 말 이같은 보이스피싱 사기를 경고한 바 있다.
카드 배달을 핑계로 접근하는 사기범은 피해자가 '신청한 사실이 없다'고 하면 허위 고객센터 번호를 안내해 명의도용 피해 등으로 겁을 주면서 경찰청·금융감독원 사칭범까지 연결시킨다.
이후 경찰청·금융감독원 사칭범은 피해자가 범죄에 연루됐다며 개인정보 유출 여부 탐지를 명목으로 원격제어 앱을 설치하게 만든다. 이 앱이 설치되면 피해자가 걸고 받는 모든 전화는 사기범이 가로채고, 사기범이 전화를 걸 때는 정상적인 기관 대표번호가 표시되며 휴대전화의 모든 정보가 탈취된다.
일부 사기범은 새로운 휴대전화를 개통시키게 만들기도 한다. 통화나 대화 내역 등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시도다. 평균 10일 이상 사기범은 피해자와 장기간 연락을 유지하면서 지속해 금전 이체와 인출을 유도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피해가 커지게 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신청을 받으면 앱과 카카오톡 등으로 배송 과정이 사전에 소비자에게 전달된다"면서 "해당 사례처럼 갑자기 배송 중이라고 연락이 가는 식으로 카드 발급이 진행되는 일은 절대 없다"고 소비자들의 주의를 요청했다.
금융 소비자보호 전문가는 "피싱 문자와 연락은 구분이 매우 어려워 의심되면 일단 무시하는 것이 상책"이라며 "온라인 포털 사이트 등에서 해당 카드사를 검색해 대표번호로 사실 관계를 체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금융정보나 개인정보 등을 탈취당했다면 휴대전화 초기화를 통해 원격제어 등 악성 앱을 삭제하고 금융감독원 소비자포탈에 정보노출 신고를 해야 한다"면서 "예금 인출·대출 신청 등의 피해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또 "돈을 송금하거나 전달했다면 바로 경찰청에 신고해 지급정지해야 한다"는 말도 전했다.
그는 "최근 사기 수단이 너무 다양하니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한다"며 "의심 가는 일이 생긴다면 반드시 전문가나 경찰에 조언을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WN 권이민수 기자
minsoo@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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