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의존도·유가 의존도 높아 경제적 불확실성 우려
금리 인하 이유 사라져 5월 통화정책 방향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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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B 연차총회에 참석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과 통화정책 방향의 재점검을 예고했다. 사진 = 뉴시스 |
[CWN 권이민수 기자]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과 통화정책 방향의 재점검을 예고했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던 1분기(1월~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높게 나온 결과다.
이 총재는 2일(현지 시각) ADB 연차총회가 열리는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국내 기자단과 만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얼마나 하느냐가 문제지 상향 조정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라며 "GDP 성장률을 상향 조정할 것인가 문제는 기계적으로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한은은 다음달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은이 발표한 1분기 GDP 성장률은 1.3%다. 이는 2년 3개월 만에 0%대 성장을 벗어난 수치인 동시에 전분기(0.6%)나 시장 전망(0.5∼0.7%)을 두배가량 웃돈 수치다.
이 총재는 "예상과 큰 차이가 났는데 어디서 차이가 났는지 검토 중으로 특히 내수가 우리 생각보다 좋게 나왔다"면서 "1분기 성장률 1.3%는 직관적으로 작년 한해 성장률 1.4%를 한 분기에 했다고 볼 정도로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1분기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3% 성장했다. 시장 전망치인 0.5~0.6% 수준을 감안할 때 크게 상회하는 수치가 기록됐다. 이는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던 내수 반등이 두드러진 가운데,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개선세를 이어간 덕분으로 분석된다.
이에 국내외 기관들도 이에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앞다투어 올려잡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GDP 성장률을 지난 2월 제시한 예상치(2.2%)에서 0.4%포인트나 상향 조정한 2.6%로 내다봤다. 기획재정부는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대 후반까지 수정한다는 가능성이 재기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성장률 전망치를 높이는 모양새다. 지난달 25∼26일 삼성증권과 하이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10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2.4%로 1분기 GDP 발표 직전 전망치 평균 2.1%보다 0.3%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따라서 금리 인하 기대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물가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가 견조하면 한은이 금리를 인하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5월 통화정책 방향은 4월과 다른 분위기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 약화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 지표 △중동정세 변화 등을 꼽으며 국내외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4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때만 해도 미국이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그널을 주면서 올해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하를 전제로 통화정책을 수립했지만, 최근 미국 데이터가 좋게 나오면서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리기 시작할 것 같다"며 "미국의 데이터에 따라 변화하는 만큼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내수가 생각보다 강건하게 나오면서 1분기 성장률 지표가 굉장히 좋게 나온 점과 4월 금통위 이후 중동 사태 악화에 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높아진 환율이 얼마나 안정될지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말도 남겼다.
이 총재는 “전체적으로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고 유가 의존도가 크다”며 “충격이 무엇인지가 중요한데 최근은 중동 지역 때문에 유가이고, 우리나라는 기름을 많이 수입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환율 변동성이 크다”고 했다.
그 외 이 총재는 장기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우리나라는 구조개혁 없이는 성장률이 떨어지는 현상을 막을 수 없다"면서 "고령화 때문에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되고, 구조조정을 통해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WN 권이민수 기자
minsoo@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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