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영 방침 '질적 성장'…사업 다각화로 수익성 제고
테슬라에 카메라모듈 공급, 벤츠와 협력 기대…전장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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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수 LG이노텍 CEO가 지난 3월 21일 정기주주총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전장 부품 생산 관련 "AI 영역에서 조만간 가시적 성과를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LG이노텍 |
[CWN 소미연 기자] "모바일 시장에서 했던 경험을 토대로 반도체, 자동차, 로봇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역할을 하라는 의미로 알고 그런 부분을 잘 만들어보려 애쓰고 있다."
문혁수 LG이노텍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선임 배경을 '1등 DNA'로 생각했다. 2009년부터 LG이노텍에 몸담아 온 그는 2014년 광학솔루션개발실장, 2015년 광학솔루션개발담당, 2018년 광학솔루션연구소장, 2020년 광학솔루션사업부장 등을 역임하며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 세계 1위에 오르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카메라모듈을 제조하는 광학솔루션 사업은 LG이노텍 전체 매출 가운데 80% 이상을 책임진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LG이노텍의 도전은 계속된다. 포트폴리오 확대로 스마트폰에 편중된 사업의 균형을 맞추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사업 재편 및 신사업 발굴을 총괄하는 최고전략책임자(CSO) 보직을 문 CEO가 취임 전까지 맡아왔다. 그는 올해 '질적 성장'을 경영 방침으로 정한 뒤 △고객과 함께하는 성장 △수익 기반의 성장 △개인 역량과 직무전문성 강화를 3대 과제로 꼽았다.
관건은 수익 기반의 성장이다. LG이노텍은 지난해 연간 매출 20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첫 기록을 냈지만 동시에 애플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우려를 샀다. 애플은 LG이노텍의 최대 고객사다. 아이폰 판매 추이에 따라 실적 영향을 받게 되는 만큼 고객사 등락에 관계 없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LG이노텍의 과제다. 신사업을 통한 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이유다. LG이노텍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투자해 온 분야는 고부가 반도체 기판 FC-BGA와 전장이다.
FC-BGA 사업 진출을 위해 LG전자로부터 인수한 구미4공장은 지난달 첫 양산을 시작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문 CEO는 오는 8월에서 10월 정도면 의미 있는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리 기판 사업도 준비 중이다. 이와 관련 문 CEO는 지난달 31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주요 고객이 유리 기판에 관심이 많다. FC-BGA와 두 가지는 무리가 되겠지만 그룹 역량을 모아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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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이노텍 구미 사업장. FC-BGA 반도체 기판과 카메라모듈 생산 기지 추가 확보를 위해 구미 사업장에 총 1조4000억원을 투자했다. 사진=LG이노텍 |
전장 사업에선 자율주행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 집중한다. 5년 내 전장 사업 매출 5조원 달성이 목표다. 카메라 뿐 아니라 라이다 센서와 레이더를 포함해 주율주행 관련 개발을 진행 중이다. 지난 7일 공개한 '고성능 라이다(LiDAR)'가 대표적이다.
라이다는 적외선 광선을 물체에 쏜 뒤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사물의 3차원 입체 정보와 차량에서 물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센서다. 자율주행 핵심 기술인 ADAS를 구현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부품이다. 기존 제품은 가시거리가 2m인 극심한 안개 상황에서 15m 앞의 움직임만 감지할 수 있는데, LG이노텍이 개발한 고성능 라이다는 탐지거리가 45m까지 늘어난다. 감지 거리가 늘면 제동거리 확보로 자율주행 속도가 향상된다. 고성능 라이다는 시속 90㎞ 속도가 가능하다.
문 CEO는 "ADAS를 비롯해 자율주행 부품을 많이 준비해놓은 게 있다. 그런 부분을 고객과 협력해서 사업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관심은 벤츠와의 협력 가능성이다. 문 CEO는 지난 3월 LG 계열사의 경영진들과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 본사를 방문했다. 그는 "LG이노텍이 준비하는 차량 부품은 18가지, LG그룹사 전체는 50여 가지인데 작년부터 벤츠 및 다른 OEM(상표부착생산) 기업들과도 논의 중"이라면서 "그룹의 역량을 모아서 지속적으로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와는 이미 공급 계약을 맺었다. 테슬라 첫 픽업 전기차 모델 사이버트럭에 탑재될 카메라모듈을 LG이노텍에서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 규모는 최대 약 1조5000억원, 공급기간은 3년 이상이다. 업계에선 테슬라 카메라모듈 공급 계기로 LG이노텍의 전장 사업에 탄력을 받게 됐다고 평가한다. LG이노텍은 2014년부터 멕시코에서 차량용 카메라모듈을 생산해왔다. 기존 3000평에서 3만평으로 공장을 증설해 내년 상반기 양산 준비에 돌입한다.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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