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지방러 上] 지방 청년의 탈출구가 된 서울

신현준 기자 / 2026-05-15 18:23:28
“서울살이 힘들지만, 지방으로 돌아가는 선택지는 더 불확실해”
청년 5명 중 1명 서울 거주…전입 사유는 직업 39.1%·교육 13.7%
청년층 서울·수도권 집중 현상…1인 가구 증가·지방소멸 가속화
▲ⓒ뉴시스

“서울로 올라온 건 꿈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지역에 남아도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서울로 상경한 지 3년 차인 주 씨(27·경북권)는 최근 2030세대가 지방을 떠나 서울로 향하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의 말은 단순히 ‘서울 선호’로만 보기 어려운 지역 청년의 현실을 보여준다. 지방에서 20년 넘게 살아온 청년이 체감한 것은 일자리와 임금, 교육·문화 인프라, 이직 기회의 격차였다.

청년에게 지역 이동은 단순한 거주지 변경이 아니다. 생계와 진로, 교육 기회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의 문제다. 특히 서울살이는 높은 월세와 생활비, 낯선 환경을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다. 높은 월세와 생활비, 낯선 환경, 의지할 사람 없는 도시 생활은 상경 청년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장벽이다.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직장 생활에 적응하고, 생활비를 감당하며 하루하루 버텨야 한다.

그럼에도 많은 지역 청년은 서울로 향하고 있다. 본지는 지역 청년들이 왜 고향을 벗어나야 했는지, 서울로 올라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실제 상경 청년의 목소리를 통해 짚어봤다.

서울살이 3년 차인 주 씨는 경상북도의 한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뒤 대구의 한 언론사에서 근무했다. 그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지역에서 커리어를 쌓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재계약 시기가 다가오면서 그의 시선은 서울로 향했다. 낮은 임금과 과도한 업무량, 지역 내 제한적인 이직 기회는 결국 지방을 떠나야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주 씨는 “우선 임금이 낮은 데 비해 업무량이 많았다.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으면서도 업무는 계속 쌓였고, 자기 관리나 스펙 관리에 투자할 여유가 없었다”라며 “회사 분위기도 수직적인 구조여서 부담이 컸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같은 지역에서 이직하더라도 비슷한 구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서울 취업이 안 되면 모은 돈으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갈 생각도 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그는 서울의 한 언론사에 합격하며 상경을 택했다. 그러나 서울살이도 녹록지 않았다. 주 씨는 “초반에는 생각했던 것처럼 서울 생활에 만족감이 컸지만, 시간이 지나며 서울의 명암도 분명히 느꼈다”라며 “가장 큰 장벽은 주거비와 생활비였다. 월세와 관리비로 매달 70만 원을 지출하는 것이 부담됐고, 의지할 사람이 없다 보니 경제적 부담과 정서적 부담을 동시에 겪었다”라고 말했다.

ⓒ뉴시스

그럼에도 주 씨는 다시 지방으로 내려갈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분간 서울에 계속 거주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서울살이는 버겁지만, 지역으로 돌아갔을 때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방의 청년 취업문도 서울 못지않게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만큼 어렵다”라며 “대구의 언론사에서 일할 기회가 생겨 근무했지만, 그전에는 지방에서 취업하기 위해 여러 차례 노력해도 잘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 기업은 과거와 비교해 공채 규모와 빈도가 줄어드는 추세로 느껴진다”라며 “정규직 일자리보다 계약직, 단기직 등 충원형 채용이 많아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는 데 한계가 있었다”라고 분석했다.

서울에 대해서는 “취업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일자리나 진로를 선택할 기회가 더 많다고 체감한다”라며 “서울에는 다양한 직종이 있고, 지금의 직종만 고집하지 않더라도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분야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서울로 상경한 지 6년 차인 한 씨(25·경북권)는 서울권 4년제 대학에 입학한 뒤 현재 대학원에서 AI 관련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교육 기회를 찾아 서울로 올라온 사례다. 졸업 후에도 서울 또는 경기도에서 거주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 씨는 서울에서 공부하며 느낀 교육 기회에 대해 “AI나 첨단 기술 분야는 트렌드가 워낙 빨라 서울에 있는 것만으로도 고급 정보를 흡수하기 유리하다”라며 “서울 상경이 진로에 큰 도움이 됐다. 수준 높은 연구 환경과 인적 네트워크를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경할 가치는 충분했다”라고 말했다.

두 상경 청년의 사례는 개인의 선택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지방에서 초·중·고 교육을 받은 청년들이 정작 교육 기회와 취업 단계에서는 서울행을 택하는 구조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데이터처 국가통계연구원의 「청년 삶의 질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국내 19~34세 청년 인구는 1000만 명 수준이다. 서울의 19~34세 청년 비율이 전체 인구의 24.0%인 점을 고려하면, 전국 청년 가운데 약 21.4%가 서울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청년 5명 중 1명가량이 서울에 살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집중도는 더 커진다. 서울·경기·인천의 청년 인구는 약 562만 3862명으로, 전체 청년의 약 54.1%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국 청년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구조다.

서울로 올라오는 이유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서울시 분석에 따르면 타 시도에서 서울로 전입한 사유 중 직업 비중은 2013년 31.5%에서 2024년 39.1%로 늘었다. 교육 비중도 같은 기간 7.6%에서 13.7%로 증가했다.

이는 서울 유입이 단순한 주거 이동이 아니라 일자리와 교육 기회를 찾아 움직이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음을 방증한다. 청년층의 서울행은 더 나은 집을 찾는 이동이라기보다, 더 많은 기회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이동에 가깝다.

서울 전입은 가족 단위보다 ‘혼자 올라오는’ 청년 이동의 성격도 강해졌다. 2024년 서울 전입 가운데 1인 이동 비중은 79.8%였고, 1인 이동자 중 19~39세가 68.8%를 차지했다. 주요 전입 사유 역시 직업이었다.

반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향하는 청년이 확대됨에 따라 일부 비수도권 지역의 청년 인구 비율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앞선 보고서에 따르면 전남 16.0%, 경남 16.5%, 경북 16.9%로 해당 지역 청년 인구 비율이 17%를 밑돌았다. 더불어 2000년과 비교하면 부산, 대구, 울산, 경남, 제주 등은 현재 전체 인구에서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이 9% 포인트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같은 서울행이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청년들이 더 나은 일자리와 교육 기회를 찾아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선택지가 사실상 서울과 수도권으로 좁혀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역에서 성장한 청년들이 취업과 경력 형성 단계에서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다면, 이는 개인의 이동이 아니라 지역의 기회 부족이 만든 구조적 유출에 가깝다. 청년에게 서울은 여전히 더 많은 가능성이 있는 곳이지만, 그 가능성이 특정 지역에만 집중되는 현실은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주 씨는 “청년들이 지역에 남기 위해서는 단순한 정책보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라며 “서울로 가지 않아도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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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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