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액츄에이터 등 핵심 기술 내재화 통해 초격차 기술 확보
[CWN 소미연 기자] 삼성전기가 기술 혁신을 가속화한다. 핵심 사업인 카메라 모듈 영역을 모바일용에서 전장용으로 확대해 미래 시장으로 꼽히는 전기차 산업을 공략하고 있다. 카메라 모듈은 자동차의 '눈' 역할을 한다. 전기차 시장 성장과 함께 자율주행 성능이 높아질수록 카메라 모듈의 고화질, 소형·슬림화, 저전력화, 고강성 등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다. 나쁜 주변 환경에서도 동작해야 하기 때문에 고신뢰성이 요구된다.
삼성전기의 야심작도 눈, 비, 안개 악천후에 끄덕없는 '전천후(Weather Proof)가 키워드다. 연내 양산이 목표다. 삼성전기는 지난 14일 카메라 모듈 트렌드와 자사의 강점을 설명하는 학습회(SEMinar)에서 전천후 전장용 카메라 모듈을 선보이며 앞선 기술력을 강조했다. 이날 소개한 전장용 카메라 모듈은 세계 최고 성능의 발수 코팅과 히팅 기능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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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광학팀장 곽형찬 상무가 지난 14일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열린 학습회(SEMinar)에서 전장용 카메라 모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기 |
삼성전기 렌즈는 자동차용 카메라에 맺힌 물방울이 쉽게 날아갈 수 있도록 발수각을 최대화한 코팅 기술로 차선변경, 움직임 감지 등 주행안정성을 유지한다. 특히 자체 개발한 재료기술로 마모 현상을 줄였다. 코팅은 햇빛과 자외선에 노출되면 마모가 되는데, 삼성전기의 렌즈는 기존 시장 제품보다 수명이 약 6배 이상 길다. 또 흙먼지나 긁힘 등에 의한 마모가 되지 않도록 유지하는 기능도 약 1.5배 이상 수준이다.
히팅 기술은 삼성전기가 자랑하는 비장의 무기다. 카메라 모듈에 눈, 성에 등이 맺혀 있으면 1분 이내 녹고 히팅 동작할 때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기술을 개발해 소모전류를 최소화한다. 삼성전기가 개발한 기술은 렌즈 부분을 데워서 상시 항온을 유지한다. 이 같은 히팅 기술은 오작동 방지책으로 완성차 업체들의 관심이 높은 분야다. 여기에 삼성전기가 발 빠르게 부응한 셈이다.
삼성전기가 개발한 하이브리드 렌즈도 곧 시장에서 후방, 서라운드뷰모니터링 등 차량용 카메라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 렌즈는 글라스(유리) 렌즈와 플라스틱 렌즈의 장잠을 살린 말 그대로 하이브리드 제품이다.
자동차용 카메라에 주로 사용하는 유리 렌즈는 빛을 잘 투과하고 굴절률이 높다. 렌즈 표면이 강해 흠집이 잘 나지 않고, 온도 안정성이 높아 열에 강하다. 오랜 사용이 가능한 반면 파손 위험이 있다. 무겁고 충격에 약해 쉽게 깨질 수 있다. 또 연마를 통한 가공으로 생산성이 낮고, 제품 단가도 높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렌즈는 사출성형 방식의 제조 공법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가격 면에서도 유리 소재보다 유리하다. 소재 자체의 무게도 적게 나가 경량화·소형화·형상자유도가 가능하다. 하지만 유리 렌즈보다 온도 변화에 의한 수축·팽창이 커 굴절률이 변하면서 성능 저하가 일어난다. 자동차와 같은 외부 환경에선 신뢰성 확보가 어렵다.
삼성전기는 두 렌즈의 장점을 결합하고 단점을 보강한 하이브리드 렌즈로 안정성과 생산성을 모두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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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관계자가 전장용 카메라 모듈의 히팅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소미연 기자 |
조리개 분야 혁신에도 앞장섰다. 조리개는 렌즈를 통하는 빛의 양을 조절해 사진의 밝기를 조절하는 장치로 정밀한 기구 설계 기술이 필요하다. 모바일용 카메라 모듈에 탑재된 조리개의 경우 대부분 실온에서 작동하지만 전장용의 경우 영하 40도, 영상 50도 등 가혹한 환경에서도 이상 없이 작동해야 한다. 삼성전기는 핵심 부품의 내재화 및 독자적인 기구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전장용 IRIS(조리개) 카메라 모듈을 개발했다. 세계 최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전장용 카메라 매출 비중은 2023년 10% 초반에서 2025년 24% 수준으로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장용 센싱 카메라의 사양과 탑재 개수가 늘어나는 추세인데다 전기차용 카메라 모듈 매출 비중 또한 성장세이기 때문이다.
전장용 카메라 모듈 시장은 자율주행 기술 발전으로 고성장이 예상된다. 차량 한 대당 4~5개가 필요하던 카메라 모듈이 최대 20개까지 탑재량 증가가 점쳐진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서도 연평균 10% 이상의 시장 성장을 전망했다. 오는 2030년 예상 시장 규모가 85억불(약 11조32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기는 "렌즈, 엑츄에이터 등 핵심 부품을 직접 설계·제작하는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고객이 원하는 차별화된 제품을 공급한다"면서 "IT용 카메라 모듈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장용 카메라 모듈 시장에서도 '키 플레이어(Key player)'가 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 공략도 적극적이다.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에 생산법인 신규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49억원 규모의 자본금을 마련해 연내 설립이 목표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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