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이스라엘 감시 기업 NSO 그룹(NSO Group)이 배포한 스파이웨어인 페가수스(Pegasus)가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됐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 소속 기자 180명의 아이폰에 설치돼, 오랫동안 각종 활동과 개인 정보를 감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해외 다수 주요 언론사 기자는 물론이고 반정부 세력, 사회운동가 등 불특정 다수를 몰래 감시한 사실까지 더해져 문제의 심각성이 커졌다. 이후,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한 다수 정치계 지도자도 페가수스의 피해자가 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런데, 유명 인사나 반정부 인사가 아닌 일반 대중의 페가수스 감시 피해 규모도 매우 심각하다는 사실이 새로이 관측됐다.
알자지라, 로이터통신 등은 페가수스가 인도와 중동,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시민 대규모 감시에 동원된 사실을 보도하며, 이번에 공개된 피해자 절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테크 전문가와 페가수스 피해 여성 대부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마트폰에 페가수스가 설치돼, 정부 감시 대상이 됐을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페가수스를 이용한 감시 피해로 심각한 수준의 블랙메일이나 희롱을 당할 위험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지에서는 이번 페가수스 사태가 여성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도 있다.
인도 비영리 단체인 인터넷 자유 재단(Internet Freedom Foundation) 소속 운동가인 아누쉬카 자인(Anushka Jain)은 "페가수스의 감시 대상이 된 여성 모두 공인이 아닌데도 감시 대상이 됐다"라며, "여성은 스파이웨어가 아니더라도 항상 온라인 공간에서 잠재적인 괴롭힘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스파이웨어는 여성의 블랙메일 및 괴롭힘 피해를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한다. 무엇보다도 이전부터 매우 심각했던 여성 인권 침해 문제가 더 심각해질 위험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번 페가수스 감시 피해를 받은 이 중에는 전직 대법원장의 성희롱을 고소했으나 항소가 기각된 법원 직원도 포함됐다. 해당 여성의 가족도 함께 페가수스의 감시 대상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 로이터 통신은 인도에서는 개인의 활동보다는 잠재적인 스파이웨어 피해자와의 관계 때문에 페가수스로 피해를 본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 법률 집행 기관 관료인 남동생이 스파이웨어의 잠재적인 표적이 됐다는 이유로 페가수스의 감시 대상에 함께 포함된 인도 여성도 있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 피해자도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이름을 올린 남성과 개인적인 관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페가수스로 감시당한 여성도 적지 않았다.
혼전 성관계 및 낙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모로코의 어느 한 기자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에 페가수스가 설치됐다고 밝히며, 자신의 친구 연락처와 메시지 내용, 신체 일부가 포함된 사진 등이 모두 외부로 유출됐을 위험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특히, 페가수스 설치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정작 페가수스가 수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개인 정보 추가 유출 피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피해가 매우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편, NSO 그룹 대변인은 "판매 전, 페가수스의 악용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권과 법률 준수사항을 철저하게 확인한다. 페가수스를 악용한 고객을 발견하는 즉시 기술 지원을 중단한다"라고 주장하면서도 이번 대규모 여성 감시 논란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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