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 알렉사 등 주요 음성비서를 사용하면, 보통 여성의 음성이 들릴 것을 예상하기 쉽다. 음성비서 개발자가 전형적인 여성 이름을 지정하고, 여성의 음성으로 응답하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전문가는 음성비서를 포함한 디지털 툴에 음성, 이름, 겉모습 등으로 특정 성별을 부여하는 것을 경계한다.
하지만 음성비서와 같은 테크 제품에 특정 성별을 부여하는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공식 팟캐스트 채널 테크 뉴스 브리핑 진행자 조이 토마스(Zoe Thomas)와 월스트리트저널의 크리스 코넬리스(Chris Kornelis) 기자가 음성비서의 성별 부여를 주제로 이야기했다.
먼저, 음성비서와 로봇 등에 성별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유를 살펴보자.
코넬리스 기자는 특정 성별을 부여하는 것이 성별 고정관념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시리와 알렉사는 여성적인 이름과 음성을 부여해, 사용자의 명령에 순종하고 비판도 참고 받아들일 것이라는 고착화된 성 고정관념을 악화하는 데 일조했다는 논란이 제기되었다.
반대로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은 로봇, 인공지능(AI), 음성비서 등에 특정 성별을 부여하는 것이 긍정적이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기술이 인간과 같다는 인상을 주어 기술과의 상호작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연구팀은 성별은 인간성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어, 특정 성별 부여가 기술의 친근감을 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연구팀은 로봇 청소기에 특정 성별을 부여할 때, 사용자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제품과 인간의 상호작용 수준도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코넬리스 기자는 테크 기업이 제품을 판매할 때 성별을 지정하기 시작한 것은 단순한 우연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사용자의 테크 제품 사용 용도를 파악하고, 사용자의 제품 만족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에, 테크 기업은 특정 성별의 긍정적 고정관념에 따라 염두에 두고 테크 제품의 성별을 지정하게 되었다.
다만, 코넬리스 기자는 테크 제품에 성별을 부여하는 일이 부정적인 성별 고정관념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과 관련, “부정적인 고정관념 악화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테크 제품에 성별을 부여하는 일은 복잡하며,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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